비가
페이지 정보
작성자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255회 작성일 21-07-25 10:47본문
비가悲歌 / 백록
칠월 끝자락으로 비가 나립니다
촉촉한 리듬으로
축축한 사위로
지독한 염천에서 다비식을 올리는가 싶던 잎새들
문득, 붉은 주검으로 뚝뚝 떨어집니다
비가 그들을 수습 중입니다
그 행간들 바다로 흘려버릴 듯
눈물 찔끔거리며
살살 쓰다듬으며
하늘가로 아득바득 매달린 저기 저 초록의 날갯짓들
얼마나 더 버텨야 한 번쯤 비행해볼까요
바람의 기억을 품고 날고 싶은 걸까요
때마침 흠뻑 젖은 비둘기 하나
허겁지겁 지나치는데
어찌 울적하네요
저 생이*나
이 삶이나
----------------
* ‘새’의 제주어
댓글목록
김태운님의 댓글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비창悲愴 / 백록
간만에 염천을 탈출한 자가 시원한 비의 현을 밟고 있다
갑작스레 울컥거리는 소나기의 기를 받으며
창창한 템포로 현란하게 강렬하게
잠시 후 그 리듬은 잦아들고
흠뻑 젖은 생각이 우아한 멜로디를 더듬고 있다
그것도 잠시, 그 자리로 잠잠하던 이명이 다시 쟁쟁거리는데
차라리 좍좍 몸서리치는 장대비의 발악이면
더도 덜도 없이 좋겠다
오늘은 왠지 미친 소라도 나타나 광질이라도 했으면 좋을 것 같은 날인데
비도 울컥거리다 말고 시원찮은 바람도 잠시 들먹거리다 말고
염병을 물리칠 설문대 할망의 젖꼭지 같은 유두절의 환한 보름달은
보나 마나 천길 천정天井 속에 갇힐 것이고
대신 썩을놈의 심장으로 우울한 불면이 똬리를 틀 것이다
밤새도록 음습하게
아! 눈먼 소녀의 월광이여
악성의 운명이여
나의 비창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