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장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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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3건 조회 333회 작성일 21-08-25 11:44본문
가을장마 / 백록
축축하다 싶은 눈꺼풀이 일찍 풀렸는데
방금 전에 비가 오셨었나 보다
썩을놈의 비가 또
안 그래도 죽겠다며 시름시름 앓고 있는 시장통을 꿀꺽꿀꺽 삼켜버린
소갈머리 없는 철딱서니가
한라산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걸로 보아 밤새 몽땅 해치웠나 보다
수상타 싶어 동녘의 동태를 살펴보니
얼핏 붉은 것이 잠시 비질을 멈추고 숨 고르는 먹구름 트멍으로
잔뜩 찌푸린 낯짝을 내밀고 비쭉 비쭉거리더니
주뼛 주뼛거리며 아래를 흘기더니
여태 깜깜무소식이다
비가 또 오시려나 보다
썩을놈의 비가
만사 지나치는 것들
적당한 게 좋은데
가을아!
너는 이름만 불러도 울컥 설레는 계절인데
어찌하여 너는
이토록 지긋지긋한 장마를 내게 데리고 왔더냐
그것도 실컷 바람피우던 놈을
썩을놈의 정체를
댓글목록
최현덕님의 댓글
최현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물에 잠긴 현장에서
간신히 살아 남은자 만이
장맛비의 경계를 오고 갈 수 있지요.
바로 코앞에서 큰산이 떨어지는 걸 보았습죠
자연 앞엔 인간은 티끌입니다.
장마전선이 아직도 여전하니
기체보존하소서!
김태운님의 댓글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곧 개이겠지요///
그런 의미의 콧노래로 가을을 불러봅니다///
가을의 노래 / 백록
가을, 쓸쓸한 이 가을엔
코스모스 피어 있는 눈 감아도 떠오르는
나의 고향역을 부른다
흐린 하늘에 편지를 쓰겠다던
서른 즈음의 나를 부른다
파란 하늘에 커다란 숨 한껏 내뱉다 보면
하늘처럼 편해지는 내 마음을 부른다
가끔 마주치는 거리에서 떠오르는
나의 그리움을 부른다
낙엽 따라 가버린 사랑을
어찌어찌 곧잘 부른다
나나무스쿠리를 부른다
아낙(Anak)을 부른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는 시월의 마지막 밤을
후렴구처럼 부른다
쓸쓸한 가을, 이 가을엔
김태운님의 댓글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가을은 익어가는 여름이다 / 백록
하늘이라는 나무에
가을이라는 열매가 열렸습니다
아니, 무르익고 있습니다
지난 계절엔 여름이라는 열매가 익어가면서
더위에 지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다
결국, 가을이라 불렀답니다
들녘의 눈망울이 한껏 울긋불긋해지고 나면
이 땅으로 뚝뚝 떨어지겠지요
이윽고, 겨울이라는 생각들로
하얗게 뒤덮이겠지요
그 속에서 초록의 싹을 틔우겠지요
새봄을 향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