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 들어갈 땐 > 창작시의 향기

숲에 들어갈 땐

나무에게 양해를 구하라

달아나려는 다람쥐에게

침입자가 아니라 방문객이라고 예를 갖춰 말하라

계곡에 앉아 발 담그기 전에

투명한 물과 작은 물고기에게

미안하다고 말하라

어디선가 들리는 기계음,

숲의 한쪽 귀퉁이가 창에 찔려 신음한다

지표면에 선 긋고 내 것 네 것 따지는 사람아

내 영혼이 내 것만은 아니 듯

그대의 땅도 그대의 것만은 아니다

누군가의 뺨을 때려 친구로 삼을 수 없듯

숲에 가까이 가려다 숲에서 멀어지는 사람아

숲에 들어갈 땐

신발을 벗어라

그곳은 하늘님들의 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