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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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밤
달이 거기 있었다. 올려다보니 젖은 스펙트럼으로 불타고 있는
구름 사이 높은 달이 지나가고
있었다.
그 높은 데서 혼자
시를 쓰고 있었다. 그 높은 데서 혼자
떨고 있었다.
지상에서는 가로수 하나와 깊이 잠든 스페인풍 집 하나가 거기 조응하고 있었다. 나는 내 꿈 속의 길을 걸어가는 중이었다. 달빛이 닿아 내 신경이 아팠다. 자꾸 눈이 쓰리고 눈물이 났다. 나는 이미 죽어버린 것인지도 몰랐다. 메타세콰이어나무 아래 누군가 작은 돌을 무더기로 쌓아 놓았다. 둥둥 북소리가 울렸다. 내 꿈 속의 길을 걸어가는, 나도 모르는 사람이 거기 있었다. 얼굴 가린 잎들이 부스럭거렸다. 진홍빛 잎 하나가 달빛에 서서히 불타오르고 있었다. 어느 잎의 호흡이 내 뺨에 닿았다.
다시 올려다보니 구름 사이로 산란한 빛 퍼뜨리며 거울 하나가 조용히 떠가고 있었다. 달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댓글목록
이옥순님의 댓글

가끔씩 찌든 영혼을 청소를 합니다
음악을 듣고 멍하니 하늘을 쳐다 본다던지...
혹은 달을 보려고 가을 창문을 열어 놓기도 합니다
오늘은 그런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되었네요^^
시인님 시
때 낀 어제의 영혼이 말끔히 청소가 되었네요
활짝 웃음 한줌 놓고 갑니다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국 하늘에서 바라보는 달이 참 무언가 아련하고 먼 느낌을 주네요. 이국의 달이 제 마음을 씻어주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