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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우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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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43회 작성일 21-12-12 09:13

본문

가을우체국


   - 영화에게




가을이 머무는 잎새 한 장 한 장 당신을 향한 빛깔로 채워져 있습니다. 그것은 무게 없는 간절함이라서 몇자 적어두어도 편지는 속부터 비어가는 것이었습니다. 글자들을 헤치고 텅 빈 그 속에서 울려오는  


노란빛깔은 노란빛깔답게 붉은빛깔은 붉은빛깔답게 펜 바깥으로 옛이야기며 높은 가을하늘이며 내 어릴 적 읽었던 보들레르 시 속 시시각각으로 변이하여 가는 거리의 모습이며 높은 담장이며 고운 피 배어나오는 흰 구름이며  

 

사연 없는 그리움 속에 비치는 것이었습니다.    

  

나부끼는 빛깔과 빛깔 사이에 빈 문을 열어두겠습니다. 아주 조금만 그 안이 비치게. 길 양옆에서 가로수가 조용히 하늘 향해 뻗는 흩어지는 단풍들 멀리 보이는 스페인풍 집 나선형 철제계단을 올라가 한 손에 든 손거울 그대에게 닿도록 마른 잎들 


비비거나 발로 밟기도 하겠지요. 나는 가을 한복판에 서있고 내 흉통은 


절정에서 기울어짐으로 거대하게 

나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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