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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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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푼크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12회 작성일 22-01-13 13:43

본문

​겨울왕국

집집마다 문패에는 생년월일이 적혀있었다 집도 생일이 있었다는 사실을 나는 몰랐다 처마가 기울어진 눈길을 기억하며 살아가는 사람들, 새하얀 눈송이가 언 땅 위로 가랑잎 배 같은 발자국을 띄우고 있었다 눈은 앞서간 사람의 발자국을 딛고 기어올라 공중으로 날개를 퍼덕거렸다 정오의 햇살 속으로 온몸을 던진다 날개의 뼈마디가 첩첩이 바스러지고 허공으로 흩날리는 유리 조각들, 외딴 종탑 아래로 유리종이 울려 퍼진다 투명한 날갯짓이 추락의 기울기를 온몸으로 꽉 붙들고 있었다 내 몸 안에 열린 아홉 개의 구멍 속에서 비릿한 분비물이 쏟아져 내린다 뜨겁게 흘러넘치는 고름 같은 시취가 새하얗게 넘실거린다 저 멀리 쇄빙선의 기적소리가 푸른 파도를 건너 늦은 오후의 눈길 속으로 사라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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