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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과 숨바꼭질 하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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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하늘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33회 작성일 22-05-26 22:52

본문

구름과 숨바꼭질 하다가 


         하늘시


안부를 굶긴 우체통 입술이 헐어 


유통기한 없는 먼지가 약을 바르고 있어요 

활력징후를 측정하는 붉은 그리움은 혈관이 막혀 있어요


풀잎에 차인 바람은 경화된 심장을 돌부리에 박아놓고


속눈썹에 외면 당한 눈꼽의 눈물을 닦아주지 않아요

낮달에 멍울 진 중랑천의 가슴이 곪았는지 부었는지

물비늘이 엑스레이를 찍고 있어요

부르는 이름에 대답없는 표정도 꽃이 될 수 있느냐고 

세번씩 물어보는 핸드폰의 손바닥이 나를 숨겼어요

숲을 벗기는 새들은 솔가지 살갗하나 건드리지 않고 

북쪽으로 창을 열어 커튼을 내렸어요 


구름과 숨바꼭질 하다가

애궂은 삶도 빗방울 한 줌에 짖굳게 일어 날 수 있다고 

하늘은 새로운 이정표를 짜고 있어요


기약없는 이름하나 들고 떠난 주소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어요 

담장의 모가지를 끌어안고 애정을 구걸하는  넝쿨장미가 붉은 피를 토하기 시작했어요

발목을 자르는 흙바닥이 축축한 울음을 꺼냈어요

허공의 무제 노트에 제목없는 시라도 쓰라고  비가 세로줄을 긋고 있어요


한 줄 한 줄 젖고 있는 문장을 이으려고

왜가리가 개천을 들고 실뜨기를 하고 있어요

발길 닿는 그 어디 쯤

한 쪽 어깨만 씌운 담벼락을 업고 우산을 접고 있는


풀꽃하나 불러 볼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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