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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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달팽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304회 작성일 23-06-08 07:34본문
우전
곡우 지나
쌍계사 아랫마을 친구가
찻잎 한 봉지 보내왔다
누추한 산방에 무릎을 꿇고 앉아 차를 끓인다
비탈진 산자락
푸른 이끼옷 차려입은 바위틈 지나
땡볕 한 나절을 건너온 찻잎에
뜨거운 물을 붓는다
웅크린 제 안에 가둔 연록이
울컥울컥 봉인된 향기를 푼다
떫고 비릿한 시절 지나
맑은 숲 속 오솔길을 지나가는 중일까
뜨거운 가마솥에서 버무려진 상처를
묵언수행으로 삼킨 생이
속사정을 풀어놓는다
알고 보면
차를 마시는 일은
뜨거운 물속 세상
상처 나고 분주한 제 삶을
한 모금 맛보는 것인지 모른다
댓글목록
힐링님의 댓글
힐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다인의 면모가 진하게 저며옵니다.
안에 있는 것을 향기로 풀어내는 시맛에
흠뻑 젖어들어 봅니다.
달팽이 시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