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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천동 시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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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상당산성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16회 작성일 23-06-11 10:47

본문

삶이 헐거로운 봉천 시장에

급발진으로 낮게 내려앉은 봄

눈 부신 햇살은 그리움 되어

현기증 나는 고양이 눈에 오수로 고이고

게으른 하품 속에 한 입 베어 문 햇살

몽롱한 은빛 잠 속에 옹알이 한다.

 

인생의 환승역을 지난 *지공(地空)거사들

세월의 모서리 두드린 허름한 술집에서

서리꽃 내려앉은 머리 쓰다듬으며

삼겹살에 막걸리로 술잔에 고이는

잉여(剩餘)의 시간 밀어내고

말을 빌려 풀어내는 지난 시간들

적요(寂寥)를 삼키며 엉키는 불콰해진 말들

문밖에 걸어둔 봄이 설핏하다.

 

()이 닿지 않는 미닫이 카페의 고요

막걸리에 실어낸 호흡은 서로 부딪치고

흑룡강성 아가씨의 짙은 사투리에 배어나는

이국(異國)에서의 가시 박힌 삶의 서러움

그녀의 입술 담은 커피는 향기를 잃어버리고

의미 없는 말들은 농담으로 식어간 채

마음으로 건너가지 못하는 허기진 영혼들

 

 

*지공(地空)거사 : 지하철을 공짜로 이용하는 65세 이상 노인을 지칭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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