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리는 밤 > 창작시의 향기

잔뜩 습기 밴 하늘에

겨울은 투정을 부리더니

인생을 모르면서 인생을 시작하듯

머-언 곳의 눈발은

하강의 설렘 속에

두근거리는 날갯짓으로

가라앉는 겨울밤을 일으킨다.

이슥한 밤 온기 없는 가로등에

부유하는 눈발은 속살을 보이고

가로수에 설화(雪花)를 만드는

붙임성 많은 눈발

몸을 부풀리는 새하얀 침묵 속에

가슴 조이는 절절한 그리움

푸짐하게 내리는 눈은

도시를 포박한 채

백야(白夜)의 꽃으로

하얀 평등을 펼치고

질주를 버린 차바퀴에 스칠 때 마다

본성을 잃어가는 존재의 슬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