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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방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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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40회 작성일 23-12-19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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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방촌


 희망봉 앞바다에 표류하는 난파선들 두 평 남짓한 방안에 피투성이가 된 부상병들이 사선으로 침몰하고 있었다 이 전쟁의 발발은 언제였을까 누가 시작했을까 휴전은 가능한 것일까 북침이었을까 남침이었을까 고개를 돌리자 은폐된 부비트랩이 사방에서 목숨줄을 겨냥하고 있었다 한 발 더 내디디면 내 숨통마저 조이던 허공조차 꽁꽁 얼어붙은 밤 가위에 눌려 부서지고 잘려나간 팔다리가 주저앉은 잇몸처럼 덜커덕거렸다 영구 장애를 판정받은 사지마다 중력에 짓밟힌 욕창들이 토혈하듯 꽃무릇을 벌겋게 틔우고 곽란의 바다엔 잃어버린 오늘이 포탄처럼 숭숭 날아와 박혔다 금이 간 두 평 남짓한 방안엔 빛을 영혼석에 봉인한 박쥐들이 어둠을 내일처럼 삼키며 퍼드덕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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