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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리는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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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겨울숲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37회 작성일 23-12-24 06:09

본문

눈 내리는 아침 / 겨울숲

 

흰눈이 내린다

하염없이 내린다

태고太古 적에도 내렸을 이 눈은

내 어릴적에도 내렸던 이 눈은

잃었던 추억 일깨우며

이 아침도 내린다

 

긴 겨울밤이 지난

어스름한 새벽녘

제일 먼저 귓가에 들리는

어머니의 음성

얘들아, 눈 온다

아이들만 반가 왔을까

작은 목소리에도

벌떡벌떡 일어난 형아와 누나

난리치며 일어났던

눈 내리는 아침

 

세상은 온통 백색의 향연

누구도 만들 수 없는 하나님의 작품

온 세상은 화사한 그림이 되고

아이들은 그 위에 덧칠을 했다

눈밭에 누워 찍은 자신의 몸도장

소녀들의 발자국꽃 마당을 장식하고

소년들은 눈사람 보초병을 세웠다


이 아침에도 눈은 내리는데

함박눈이 내리는데

이 눈은 어릴 적 보던 그 눈이 아닌가봐

내리는 눈 바라만 보고

그저 물끄러미 바라만 보고

손 하나 까딱도 하지 않은 채

웬일, 미끄러운 길 걱정이 마음을 앞선다

 

철들자 사라진 눈 내리는 날의 환희歡喜

이제는 사라져간 머나먼 옛 추억

마음만은 청춘이란 말도 무색해져 버린

세속에 변해버린 이 무딘 마음에

 

눈은 내리고

또 내리고

퇴색退色한 이 마음

순백純白으로 소생하도록

 

눈은 내리고

또 내리고

하염없이 내리고

또 내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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