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괄호 속 물음표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사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44회 작성일 24-01-22 16:04

본문

괄호 속 물음표

    

손수건을 파랗게 물들이는

슬픔이 없어도

덩굴장미는 저 혼자 꽃을 피울 수 있을까

로또에 여러 번 떨어졌다고

당첨될 확률이 높아지는 건 아니라는데

손에 쥐면

혈관을 파고드는 따스한 물의 뿌리

빨리 와,

잘못 걸려온 전화가

커다란 구멍만 남긴 채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

저녁 하늘의 기도가

혼자 놀던 아이의 미끄럼틀 위에서

아쉬움으로 미끄러질 때

전생에 바람이었던 그림자는

왜 백양나무 아래를 서성이는지

모래알을 쪼아 먹던 새들이

허공의 눈치를 살피며

서둘러 둥지로 향하고

아무 것도 모르고

앞으로 달려 나가다 만난 가로와 세로가

빛나는 모서리를 이룰 때

어둠 속에서 밝아오는 그림자는

왜 백양나무 아래를 서성이는지

괄호 속 물음표가

조용히 옷을 벗는 시간 

댓글목록

수퍼스톰님의 댓글

profile_image 수퍼스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괄호 속 물음표가 옷을 벗는 시간" 절창입니다.
제가 후각이 둔해서 냄새는 잘 못 맡지만 글 향기는 잘 맡습니다. 좋은 시 많이 빚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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