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중 시(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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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중 시(詩)
나의 심장이
당신의 거대한 말씀을 마중나갔습니다.
공손한 두 손을 펼쳐 아침 햇살을 마중나갑니다.
오늘 아침엔 식탁 위 두 물방울이 서로에게 마중나가더군요.
늙은 느티나무 등을 타고 어린 능소화
하늘을 마중나갔고요.
나는 아내와 함께 우리 사소한 시장통 마중나가요.
어머니가 가지 끝 블루베리 채 따기도 전에
길냥이 혀가 먼저 마중나가더군요.
잣나무 밑 다람쥐가 내리는 비 마중하러 뛰어올랐습니다.
점이 점을 마중나가 선이 되고요.
마중물 되어 어린 나를 데리러 오시던 어머니의 골목길엔
민들레 홀씨 날아 구름이 되었습니다.
며칠 지나면,
그림자 같은 하루 하루들 마중나가던 내 생(生)에게로
저 건너의 삶이,
터벅터벅 마중나올 테지요.
댓글목록
탱크님의 댓글

뭐라 할 말이 없을 정도로 잘 쓰어진 시네요. 제가 그런 말 할 주제는 못되지만 좋은 시 잘 보았습니다. 너덜길 시인님.
너덜길님의 댓글의 댓글

고마운 말씀입니다.
시를 마중나가고픈 마음,
오늘도 되뇌어 봅니다.
좋은 삶 되시길.
석촌님의 댓글

' 시에 대한 열정만으로 시를 죽이기에 충분하다' T. S. Eliot
시답잖은 시 나부랭이를 쓰다가
시인님의 마중물 같은 께끗하고 산듯한 시 한 모금으로
갈증을 해소했습니다
너덜길님의 댓글의 댓글

이 또한 감사한 말씀입니다.
어린 나를 마중나오시던,
어머니의 그 마음으로 살면,
세상 무엇이 부족할까,
생각이 듭니다.
늘 시와 삶으로 가득한 세월 되시길.
고나plm님의 댓글

시가 그 어떤 것에도 부딛히지 않고 윗마을에서 아랫마을 까지 술술 읽혀 다시 한 번 읽어도 잘 읽혔습니다
마음 청소 잘 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너덜길님의 댓글의 댓글

감사합니다.
서로의 시에 마중나가,
서로에게 위로가 되는,
시마을의 모습엔,
항상 시인님의 시가 어른거립니다.
늘 건강하시길.
수퍼스톰님의 댓글

어머니의 마중물 같은 사랑으로 마중을 나가시는 시인님.....
시의 정수를 보여주셨습니다.
시인님의 시를 읽으며 항상 느꼈던 것같이 이번에도 시를 읽고 나니
마음이 참으로 따듯해 지는 아침입니다.
좋은 시 많이 빚으시고 행복하시길 빕니다.
너덜길님의 댓글의 댓글

고맙습니다.
늘 읽어주시고는 서글한 말씀,
주시는 것에 깊은 위로를 받습니다.
시마을의 울타리를 늘 지켜주십사,
바래봅니다.
좋은 주말 되시길.
이옥순님의 댓글

시인님 안녕 하세요
늘 ...누군가와 함께 하고 싶다고
가만 가만 속삭이듯 하네요
먼 길을 다녀 오고
아니 긴 여행을 떠나도 누군가
기디리다 맞아 준다면
얼마나 기쁘 겠습니까
이 세상 살아 있는 모든 것이
마음은 비슷 할거란 생각을 들게 하는 시
잘 읽고 갑니다 ^^
너덜길님의 댓글의 댓글

고맙습니다.
농사와 시는 어쩌면 많이 닮았는데,
두 가지 다 잘 되시길 빕니다.
건강하시길.
최현덕님의 댓글

그간 시인님의 글을 즐감 해 왔는데
'마중 시'는 수작중에 수작입니다.
시어와 시 간이 맑고 빛이 납니다.
감명 깊게 잘 보았습니다.
너덜길님의 댓글의 댓글

너무 고마운 말씀입니다.
오랜 세월 시마을을 지켜오신 것,
마음 깊이 고마움을 보내어 드립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오래
무탈하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