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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과 봄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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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安熙善41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40회 작성일 19-01-20 09:38

본문

겨울과 봄 사이 / 안희선

겨울이 내지른 혹한 끝에
수척한 몸을 푸는 나무들이
으시시 경련을 한다
허공의 한 소절 바람노래가
푸르게 적나라해지면,
행려병자 같은 대지도
마른 풀 한 가닥에 스민
오랜만의 생기(生氣)를 인질로 삼고
빛에 굶주린 가슴을 풀어 헤친다
해마다 일어서는 생명의 반복 앞에
저승말로 두런대는 씨앗들의 고함소리
사랑이 없는 곳에 더 이상 꽃 피우기 힘겨워,
으악 몸서리를 치는 소리
아, 고사목 같은 혼(魂)들이
유령처럼 떠도는 인간세상을 향해
주저하며 다가서는 봄은
또, 어떤 넉넉한 눈물로
저마다의 자폐증을 앓는 가슴들에
한아름으로 오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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