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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음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502회 작성일 19-04-29 08:41

본문

관음 / 백록

 

 

창가에서 뒷집의 내막을 훔치고 있는 서생이다

베란다를 차지한 고양이 두 마리

호시탐탐 탈출을 노리는지 좌우를 오락가락하고 있다

너머 불 켜진 거실엔 저를 닮은 심심한 사내

홀로 면벽 중인 듯


좀 있으면 불 꺼진 안방의 주인이 나타나 어둑한 실루엣으로 잠깐 머무를 것이다

더 있으면 저들의 아리따운 딸이 작은방으로 나타나 늦도록 불을 켤 것이다

벗고 씻고 거울 앞을 서성이다 컴퓨터를 더듬을 것이다

저들 셋은 한 방에 모인 지 꽤 오래다

마치, 거울에 비친 제 터무니처럼

따로 따로 

 

잠시 세속의 음란을 따로국밥처럼 훔치던 서생은

이내 관세음보살의 해탈을 꿈꿀 것이다

홀로 멍 때리는 수행으로

별 볼 일 없는 내일도

밤이면 밤마다 

댓글목록

두무지님의 댓글

profile_image 두무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고양이를 바라보며 서로 대화를 하시는 모습처럼,
포착된 순간을 풀어나가는 지혜가 놀랍습니다.

며칠 전 고양이 밥을 저희 집에 누가 자꾸 차려 놓고
어지럽히는 바람에 잠시 불편했던 기억이 납니다.
평안을 빕니다.

주손님의 댓글

profile_image 주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잔잔한 시인의 일상이 관음을 돋굽니다 ㅎㅎ
일상사에 범음,관음,묘음,해조음의 가피로
풍요롭기를 기원해 봅니다

감사합니다 백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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