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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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화/ 권순조
밤에만 피는 꽃이다
낮에는 꽃 봉우리조차도 보이지 않다가
밤이 돼서야 벙 그는 꽃
어둠을 배회하는 것은
씨앗을 뿌리는 행위이고
어둠을 응시하는 것은
꽃을 피우기 위한 거룩한 의식이다
아무리 이름 없는 꽃이라고 할지라도
한 계절을 건너지 않고 오는 꽃은 없다
어쩌다가 꽃망울 피워 올릴
기별 없는 날은
어둠을 헤치며 밤이 이슥하도록
고요를 타전해야 한다
습성이란 것이 무섭도록 달려든다
낮으로 꽃씨라도 뿌려 놓으면
하룻볕에 자라기라도 하겠지만
낮엔 씨 뿌리지 말라는 묵시인 듯
낮이면 환해서 못 오는 꽃 한송이
그 꽃 피워 놓고서야 잠 잘 수 있는
밤에만 피는 꽃
댓글목록
브루스안님의 댓글

밤에 피는 안개꽃
이옥순님의 댓글

휘황 찬란한 야경을 보면
저속에서 얼마나 많은 꽃이 빛도 보지 보지 못한 채
지고 있는지
때론 안탑깝지요
꽃 한송이 날마다 피워 올리는 시인님 건강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