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방 > 창작시의 향기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창작시의 향기

  • HOME
  • 창작의 향기
  • 창작시의 향기

     ☞ 舊. 창작시   ☞ 舊. 창작시   ♨ 맞춤법검사기

 

▷모든 저작권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무단인용이나 표절금합니다
▷시스템 오류에 대비해 게시물은 따로 보관해두시기 바랍니다
1인 1일 1편의 詩만 올려주시기 바라며, 초중고생 등 청소년은 청소년방을 이용해 주세요
※ 타인에 대한 비방,욕설, 시가 아닌 개인의 의견, 특정종교에 편향된 글은 삼가바랍니다 

빈 방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36회 작성일 19-11-13 08:16

본문






부용꽃과 직박구리새와 욕지도(欲知島)가 한 방에 앉아 있다. 빈 방을 채우는 것은 그밖에 아무것도 없다. 천장이 없는 방이라, 위로 어듬이 뚫린 시공이 성에와 서리를 던진다. 부용꽃과 직박구리새와 욕지도가 꼼짝도 않는다. 여름이 등을 켜고 봄이 혼자 앉아 흐느껴운다. 가을이 부용꽃의 모가지를 자르고 겨울이 직박구리새를 두개골부터 썩힌다. 


그래도 부용꽃과 직박구리새와 욕지도(欲知島)가 한 방에 앉아 꼼짝도 않는다. 내가 방을 들어선다. 부용꽃과 직박구리새와 욕지도가 한꺼번에 고개를 돌려 나를 일제히 바라본다. 니는 폐렴에 걸린 내 문드러진 폐를 부용꽃에게 준다. 나는 눈알이 없는 내 눈두덩이를 직박구리새에게 준다. 나는 비문(非文) 투성이의 내 일상을 욕지도에게 준다. 그러면 내 스스로 비췻빛 바다가 반쯤 내 나체를 가린 풍경이 되어 방안에 앉는다. 바닷바람이 피부에 느껴지고 벼랑이 곤두선다. 내가 방안에서 나를 기록한다. 벽이 없어 방안이 들여다보이지 않는다. 


한참이 그렇게 지났다. 부용꽃이 지려다 말고 선홍빛 통각을 내게 돌려준다. 직박구리새가 날아가려다 말고 바닥 없는 천공의 공포를 내게 돌려준다. 욕지도가 한 생이 부풀어 하얗게 부서지는 글자들을, 웬 투명한 그릇에 담아 내게 돌려준다. 부용꽃과 직박구리새와 욕지도(欲知島)가 사라진 그 방안에 오히려 다른 것으로 가득찬다. 별이 가루가 되어 부슬부슬 벽시계가 없는 벽이 미동도 않는다. 벽이 시간 이외의 다른 것을 기록하고 있는 중이다. 나는 빈 방안에 앉아 시를 쓴다. 오후가 끝난 내가 방안에 들어선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34,757건 253 페이지
창작시의 향기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17117
회를 뜨다 댓글+ 2
봄뜰000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1 11-23
17116 책벌레정민기09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0 11-23
17115 tang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9 11-23
17114 새벽그리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3 11-23
17113 베르사유의장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4 11-23
17112 신광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9 11-22
17111 서호6938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6 11-22
17110 대최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5 11-22
17109 飛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5 11-22
17108
겨울강 댓글+ 8
주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21 11-22
17107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42 11-22
17106
첫눈 댓글+ 2
정석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1 11-22
17105 봄뜰000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1 11-22
17104
소설 무렵 댓글+ 2
책벌레정민기09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4 11-22
17103 tang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3 11-22
17102 베르사유의장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1 11-22
17101 신광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1 11-21
17100 10년노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3 11-21
17099 새벽그리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6 11-21
17098 책벌레정민기09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0 11-21
17097
돈의 밀약 댓글+ 2
브루스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5 11-21
17096
내안에 지도 댓글+ 7
다섯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1 11-21
17095 성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2 11-21
17094 맛살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5 11-21
17093 최상구(靜天)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9 11-21
17092
악수(握手) 댓글+ 2
한병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2 11-21
17091
고립 댓글+ 4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3 11-21
17090 andres001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5 11-21
17089 두무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2 11-21
17088
벌거숭이 댓글+ 8
주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9 11-21
17087 베르사유의장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3 11-21
17086 페트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3 11-21
17085 봄뜰000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3 11-21
17084 정석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42 11-21
17083 tang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6 11-21
17082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7 11-21
17081 신광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4 11-20
17080 새벽그리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14 11-20
17079 바람예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7 11-20
17078 심재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9 11-20
17077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6 11-20
17076
숙아 ! 댓글+ 1
이화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14 11-20
17075 종이비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9 11-20
17074
자음과 모음 댓글+ 2
다섯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0 11-20
17073 책벌레정민기09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2 11-20
17072 김해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0 11-20
17071
결절(結節) 댓글+ 8
주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9 11-20
17070
골드카펫 댓글+ 6
부엌방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9 11-20
17069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91 11-20
17068 김진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7 11-20
17067 봄뜰000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3 11-20
17066 tang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3 11-20
17065 베르사유의장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3 11-20
17064 신광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6 11-19
17063 새벽그리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5 11-19
17062 이옥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9 11-19
17061 브루스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40 11-19
17060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2 11-19
17059
명당 댓글+ 2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8 11-19
17058 한병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5 11-19
17057 나싱그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4 11-19
17056 개도령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0 11-19
17055 페트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0 11-19
17054 책벌레정민기09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4 11-19
17053 김해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4 11-19
17052 andres001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0 11-19
17051 맛살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7 11-19
17050
여명(黎明) 댓글+ 8
주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3 11-19
17049
낙엽의 거리 댓글+ 4
러닝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3 11-19
17048 飛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9 11-19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