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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시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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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오게네스의 역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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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피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304회 작성일 19-11-14 20:33

본문

헐벗고 싶어서 헐벗은 것이 아니다
통집이 좋아서 통집에 사는 게 아니다
그 치와 이 몸뚱이의 차이라면
단지 늙었나 젊었나 뿐이지

그러나 이 앞에는 알렉산더가 없네
서리 돋는 길바닥에 나뒹굴다가
가까스로 일조권의 사각지대에 서서
한 줄기 햇살에 기대 몸을 녹이고 있자면
왜 사람 좋게 히죽대는 늙은이들이
이 앞을 가로막고 말을 거는지

당신이 햇볕을 가로막고 있으니 비켜달라 하면
순순히 비켜주기나 할 것이지
뭔 말이 이리 많아 추하게 늙었는가
인제는 아예 밟고 지나가라고 시위하고 있네
다시 한 번 말하건대 내 햇살을 가로막지 마시오 하면
호래자식이 공경도 모르냐며 되레 성내겠지만

이놈들도 알고는 있나 보다
여기서 비키면 갈 곳은 무간 지하뿐이라는 것을
죽어야 할 놈들이 안 죽어서
햇살 한 줌이나 뺏고 자빠졌으니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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