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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17 > 거미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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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 박광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345회 작성일 17-09-08 02:54

본문

 

거미줄

 

                                     - 박 광 호 -

 

빗자루 들고 처마 끝 거미줄을 걷자니 키가 모자란다.

무엇을 가지고 걷어야 하나 주위를 살펴보아도 마땅한 것이 없다.

저걸 걷기는 해야 할 텐데...

 

온종일 비가내리고

거미줄엔 먹이대신 비로인한 이슬이 맺혔다.

먹이하나 걸려들지 않는 거미줄

 

시장어귀 그 노친 생각이 떠오른다.

이름 모를 푸성귀로 좌판을 벌려놓고

허기진 배 웅크려 감싸 안은 채

오가는 사람 신발만 내려다보는 희멀건 시선

행여나 자기 앞에 발길 멎을까 그 일념으로 모든 잡념을 잊고

졸다가 깨다가 손님 노칠까 깜짝 깜짝 깨어나는 안쓰러운 모습

거미줄에 선히 떠오른다.

사람이나 미물이나 다를 바 없는 먹이사냥

 

자식이 무슨 소용

그 뒷바라지로 전답 다 팔아 올리고 영감 죽고 나니

영락없는 거지신세

독거노인이라고 면에서 한 달 몇 푼씩 주는 것이

그에겐 더 없는 효자란다.

끼닛거리 없어 굶지야 않겠으나 중병으로 운신을 못 할까 걱정이다.

지금도 삭신이 쑤시고 무릎관절로 절름거리는데.

시장길 정화한다고 그 짓도 못하게 쫓아내면 그 노친 어찌될꼬.

공치는 날에도 길 어귀 거미줄 쳐 놓고 쪼그리고 있던데...

내 눈 앞에 저 거미줄 바로 그거야

그냥 둬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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