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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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병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6건 조회 529회 작성일 19-12-18 15:32본문
처마(퇴고)
위아래 속눈썹은 처마였다
눈 밑 주름이 흙벽처럼 곧 무너져 내릴 것만 같은
눈두덩이 두두룩한
잠든 노인의 눈썹을 보니
한옥 한 채 잘 보존 하고 계시구나
생 각 한 다
속눈썹은 눈알도 모르게
깜박깜박
잊었다는 듯이 만났다가 헤어지는데
눈알이 어딘가를 응시 하고 있는 사이에도
정신 줄을 놓고 졸고 있는 사이에도
만나지 않고는 못 견디겠다는 듯이
순간순간 떨어질 수 없다는 듯이
헤어지고헤어지고 헤어지고 나서
태초부터 붙어 있었다는 듯이
헤어졌다가 만나는데
잠든 노인의
아래위 눈썹은 꼭 붙어있다
슬슬 풀리고 있다
곧 무너질 벽을
곧 허물어질 상(像)을
더는 떠받칠 수 없다고 느낄 때
눈을 감아도 감지 못하는 처마가 있다
노인의 설 감긴 눈썹 사이
깜박 오갔을 일생의 거리를
생 각 한 다
노인의 와잠 속에
켜켜이 발라놓은 흙벽 같은
켜켜이 개켜 놓은 이불 같은
사연을 간직했을
처마의 마지막 길은
꼭 서까래 같은 손으로
스윽 받혀줘야 된다는 걸
(생 각 한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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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마(초고)
위아래 속눈썹은 처마였다
눈 밑 주름이 흙벽처럼 곧 무너져 내릴 것만 같은
눈두덩이 두두룩한
잠든 노인의 눈썹을 보니
한옥 한 채 잘 보존 하고 계시구나
생 각 한 다
속눈썹은 눈알도 모르게
깜박깜박
잊었다는 듯이 만났다가 헤어지는데
눈알이 어딘가를 응시 하고 있는 사이에도
정신 줄을 놓고 졸고 있는 사이에도
만나지 않고는 못 견디겠다는 듯이
순간순간 떨어질 수 없다는 듯이
헤어지고헤어지고 헤어지고 나서
태초부터 붙어 있었다는 듯이
억지로 헤어지게 했다는 듯이
잠든 노인의
아래위 눈썹이 꼭 붙어있다
슬슬 풀리고 있다
비바람이 거세게 불어 올 때 바깥벽을 보호하고
문에 들어오는 햇빛을 조절하는 역할을
감당했을 처마여, 눈썹이여!
곧 무너질 벽을
곧 허물어질 상(像)을
더는 떠받칠 수 없다고 느낄 때
눈을 감아도 감지 못하는 처마가 있다는 걸 생각한다
노인의 설 감긴 눈썹을 보니
처마의 마지막 길은
꼭 서까래 같은 손으로
스윽 받혀줘야 한다는 걸
댓글목록
고나plm님의 댓글
고나plm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좋은 시 한 편 접하고 갑니다
잘 감상하였읍니다
한병준님의 댓글
한병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고니plm님 귀한 걸음 감사합니다
이장희님의 댓글
이장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와우~ 상상력에 감탄합니다.
우리의 자화상 이기도 하고요.
좋은 시 잘 감상하고 갑니다.
늘 건필하소서, 한병준시인님.
한병준님의 댓글
한병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시인의 물고 늘어지는 이미지 묘사시만 할까
이렇게 경려해주니 고맙네....
아우님도 건필하세요.^^*
grail217님의 댓글
grail217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추천합니다..
재미있는 시입니다..
고맙습니다..
한병준님의 댓글
한병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재미있게 봐주시고 추천까지 해주시니 뭐라
고마움을 표해야 할지...
아직 초고라 여러날 칼질을 해야 할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