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허수아비
페이지 정보
작성자
본문
어느 허수아비 / 백록
휑한 논두렁에 두 팔 벌린 농부의 정체가 다리가 하나인 건
어쩜 좌우전후를 아우르겠다는 중립의 의지거나
오롯이 독립하겠다는 초심이었겠지
처음엔 그럴 듯했으나 마냥 앞만 보고 서 있는 것이
후회의 문제가 되고 회한의 문제가 되어버렸지
느닷없이 등짝으로 들이닥친 된바람 몽니에 오른팔이 부러지고
가슴팍으로 불어닥친 맞바람 회오리에 왼팔이 부러지고
마침내 허접해진 다리마저 흔들리더니
이내 쓰러지고 말았지
막바지로 칼바람 닥치던 날
수습 없는 풍장을 치렀으니
푹푹 눈이 쌓이는 날
얼어붙은 동안거를 명당으로 삼아
하얗게 봉분을 해야겠지
새날에 맞이할 새 아비를 기다리며
이 땅에 풍년을 기원하며
봉상奉喪을 해야겠지
적어도 3년을
댓글목록
이옥순님의 댓글

경상도는 허수아비를 허제비라고 합니다
새날을 기다리며 곱게 서 있는 여자허제비
오롯이 독립 하겠다는 초심이겠지요^^
김태운님의 댓글의 댓글

경상도의 허수아비는 바람을 피웟나 봅니다
ㅎㅎ
우리네 인생도 어쩜
허수아비다 싶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