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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작은 성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정석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437회 작성일 20-01-11 09:32

본문



아주 작은 성


석촌 정금용



 

 

견디다 못한 시린 별들 

창가로 기웃거리는 한밤중


볼품없는 둥근 마개로 

철저히 봉쇄당한 체온이 시나브로 빠져나가 

허망하게 스며버리지 않도록 

머리맡 출구를 틀어막아 


욕조에 받은 온수 같기도

자궁 속 양수 같기도 한 이를 데 없는 따스함이

하룻밤 새 일으킨 밀봉된 자그마한 성  


그 안은 

나만의 나를 위한 어머니 뱃속 같은 요새

방귀마저 새나가지 못할 

혹한이 둘러싼 새벽 이불 속은 뿌리치기 아까운 꿀단지

북극곰이 선사한 열락이요 극락이었다


빤히,

햇살이 넘겨보는 어느 틈에 

아뿔싸, 열 개의 손가락에 무참히 무너진 

성곽 아래 태중胎中에 ㄷ자로 

움츠러든  


허물어진 아주 작은 성터에 남은

눈 깜짝할 새에 성주였다 

몰락한 백성 하나

 
 

 

 

 

댓글목록

정석촌님의 댓글

profile_image 정석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벗어나기 수월찮은 아침, 얼굴만 빠꼼히 마개가 된 
따스한 이불 속은 나만을 위해 세워진 꿀맛처럼 달콤한 나라
아낙이 불현듯 젖혀 개키는 바람에 매일 아침 힘없이 무너져버리는 아주 작은 성, 이부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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