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 대략난감 > 창작시의 향기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창작시의 향기

  • HOME
  • 창작의 향기
  • 창작시의 향기

     ☞ 舊. 창작시   ☞ 舊. 창작시   ♨ 맞춤법검사기

 

▷모든 저작권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무단인용이나 표절금합니다
▷시스템 오류에 대비해 게시물은 따로 보관해두시기 바랍니다
1인 1일 1편의 詩만 올려주시기 바라며, 초중고생 등 청소년은 청소년방을 이용해 주세요
※ 타인에 대한 비방,욕설, 시가 아닌 개인의 의견, 특정종교에 편향된 글은 삼가바랍니다 

수정 대략난감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rene001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67회 작성일 20-01-15 06:55

본문

대략난감(大略難堪)


장님이 되고 귀머거리까지 되어보니, 되려 더 잘 보이고 잘 들렸다
먹먹한 시야로 흔들리는 풍경의 매듭마다 덥수룩한 수염이 자라나고,
마을 입구에서 의젓하게 짖어대는, 개 주둥아리의 목청도 오늘은 유난히
낭낭했다

등에 땅을 깔고 누워서 편지를 전하러 오는 우체부를 기다리다가,
그가 오기까지 딱 백 번만 물구나무서기를 하기로 한다
그건 생뚱하니 고된 일이지만, 그에 대한 예우의 표시이기도 하다
한 번은 아무 것도 안 하고 멀뚱하게 있다가 그에게 야단을 맞고,
머리에서 뜨신 김 오르게 토끼뜀을 열 나게 뛴 적도 있었다
아무 노력의 댓가 없이 무얼 바라는 건 도둑놈이나 할 짓이라는 핀잔을
억수로 퍼붓는 소나기처럼 들으며...

저 번의 편지엔 뜬금없이 깊은 어둠을 드러낸 섬이 바다에 떠있어,
나는 어쩔 수 없이 바다로 넓게 트인 방이 되어 환한 창문을 열어야 했다
또, 밝은 창문을 엄청 미워하는 밤의 거센 바람 소리도 들어야 했다
청맹과니에 농인(聾人)까지 된 오늘은 이것 저것 보고 들을 일 없으니,
그 어떤 나쁜 소식을 전하는 편지라고 해도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
다만 편지봉투에 압착(壓搾)된 우표처럼
복지부동의 자세로 땅바닥에 붙어있으면 될 뿐
그런데, 혹여 좋은 소식이면 어쩌나?  갑자기 눈과 귀가 가려워진다
꽤 가까운 거리에서 나를 겨냥하는 우체부가 아무도 모를 소식을
전하러 온다, 아니 이미 대문 앞에 거의 다 왔을지도 모른다,
나는 갑자기 용변이 급해진다, 조바심치고는 가장 불길한 것,
안 보이고 안 들린다고 해서 마음 편한 신세는 결코 못 되는 것이다

신경계통의 예민한 길 위에서 파아란 글자와 숫자가
느닷없이 솟아난다 내 흉칙한 보금자리의 주소가 된다
그것도 새로 바뀐 도로명 주소로, 더 헷갈리게 만드는,
새삼스레 불편한 주소로 뚝딱 문패를 단다

이제, 어쨌던 우체부는 어김없이 도착할 것이다
내가 부끄럽게 볼 일을 보는 시각이라도,
대략난감하게...


                                                                                        - 안희선



- Note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난감한 상황이 어디 한 둘이겠느냐만

이따금, 본래의 자기로 부터 벗어난 일탈(逸脫)의 존재로서 자리하게 되는 경우도 있는데

(대체로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서 혹은, 자의반 타의반으로 부득이 하게 장님도 되고,
귀머거리도 되고, 한꺼번에 맹盲 . 농聾人도 되는 - 이를테면, 상징적 비유로서 말하자면)

그럴 때 필연적으로 야기되는 자기 정체성(正體性)의 결핍 내지 안개화 같은 거와
그에 따라 치루어야 할 댓가로서의 고통 같은 게 있을까

반드시, 있는 것이다

최소한, 지금까지 살아오며 내가 맛 본 삶에 의하면......  그렇단 거 !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34,695건 239 페이지
창작시의 향기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18035
앵오리 댓글+ 2
동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9 01-26
18034 tang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9 01-26
18033 신광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8 01-26
18032 바람예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3 01-26
18031
장미꽃 반지 댓글+ 1
베르사유의장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8 01-26
18030 신광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72 01-25
18029 새벽그리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5 01-25
18028 이옥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8 01-25
18027 라라리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15 01-25
18026 맛살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0 01-25
18025 베르사유의장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77 01-25
18024 최현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64 01-25
18023 tang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9 01-25
18022 바람예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2 01-25
18021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2 01-25
18020 새벽그리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6 01-24
18019 신광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25 01-24
18018 rene001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60 01-24
18017 바람예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1 01-24
18016 tang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8 01-24
18015 심재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2 01-24
18014 베르사유의장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9 01-24
18013 신광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5 01-23
18012 새벽그리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5 01-23
18011
무명 6 댓글+ 2
단풍잎떨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7 01-23
18010
육포! 댓글+ 1
김해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78 01-23
18009 종이비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44 01-23
18008 바람예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1 01-23
18007 최상구(靜天)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8 01-23
18006 泉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0 01-23
18005 베르사유의장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5 01-23
18004 맛살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1 01-23
18003 rene001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8 01-23
18002 tang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4 01-23
18001 신광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8 01-22
18000 새벽그리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2 01-22
17999 장 진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2 01-22
17998 버퍼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09 01-22
17997 단풍잎떨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1 01-22
17996
설에 대하여 댓글+ 1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1 01-22
17995
연리지 댓글+ 1
Sunny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45 01-22
17994 김진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8 01-22
17993 泉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8 01-22
17992 이옥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5 01-22
17991 바람예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6 01-22
17990 베르사유의장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7 01-22
17989 tang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8 01-22
17988 심재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7 01-22
17987 rene001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7 01-22
17986 10년노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46 01-21
17985 바람예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09 01-21
17984 새벽그리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4 01-21
17983 혹이된두발망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0 01-21
17982 브루스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6 01-21
17981
대리석 댓글+ 2
rene001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1 01-21
17980 탄무誕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12 01-21
17979 신광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6 01-21
17978 이옥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43 01-21
17977 泉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7 01-21
17976
개펄 안 세상 댓글+ 2
두무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6 01-21
17975 베르사유의장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1 01-21
17974 tang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3 01-21
17973 종이비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54 01-21
17972 10년노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01 01-21
17971 신광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6 01-20
17970 새벽그리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0 01-20
17969
댓글+ 2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48 01-20
17968 krm333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8 01-20
17967 맛살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8 01-20
17966 rene001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2 01-20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