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보지 않은 곳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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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rene001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500회 작성일 20-02-08 04:59본문
내가 가보지 않은 곳에 - 안희선
문득,
내가 가보지 않은 곳에 가고 싶었다
미처 수습하지 못했던 삶의 잔해가
휑하니 널브러진 곳에
내가 애써 외면했던 아픈 시간들이
차라리 착한 꿈이 되어,
안개 같은 인간의 숲에서 배회하고 있었다
먼 하늘에서 살며시 내려 온 태양도
대지를 포옹하며, 골고루 구석 구석에
눈물어린 따스한 온기를 나누어 주고 있었다
이곳에서 불안한 건 오직, 나밖에 없었다
언제나 나보다 한 발 앞서 달아나는
내 마음은 여전했다
꿈꾸던 아름다운 삶이 늘 그렇게,
나를 지나쳐 앞서 달려간 것처럼
생각하면, 아무 것도 아닌 나
원래 잃을 것도 없건만,
왜 항상 잃고 살아왔다고 느껴졌던지
그렇게 홀현(忽顯)한 구름처럼 걷다 보니,
더 이상 갈 수 없는 곳에서
이윽고 나도 없어지고
저 멀리 보이는 하얀 산 위로
창망(蒼茫)한 허공만 푸르게 빛난다
하늘에 이르는 길이
더 이상, 지상(地上)의 길이 아닌 곳에서
내 앞에 소리 없이 열린다
누군가 오래 전 부터 마음 한 자리 비워둔 곳에
비로소 즐거운 숨을 쉬기 시작하는,
야릇한 영혼 하나가
하늘에서 동아줄을 타고 내려온다
그와 인사를 해야 할지,
망설여진다
하지만, 나는 이곳에서 이미
내가 없어진 것도 모르고
Free as a bird - The beatles (feat.) Andre Caminski
댓글목록
창작시운영자님의 댓글
창작시운영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창작시 방 이용안내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이미지는 이미지 방에.
rene001님의 댓글의 댓글
rene001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존경하는 이명윤 시인님,
그리고 김부회 문학평론가님..
지금의 이 시대에 저는 이미지도 시의 일부라고 (강력히) 생각합니다만..
비주얼도 시적인 소통문화가 된 시점에 지금이 뭐,
구태의연한 깜장 활자만을 고집하는 1930 ~ 40년대
일제 치하도 아닌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