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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트럼-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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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飛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62회 작성일 20-02-08 15:44

본문

스펙트럼-2

 

- 비수

 


정월대보름에 오곡밥을 씹다가 오선지를 그리고 있다

콩나물국을 뜨며 음표를 색칠하고 있다

차곡차곡

 

도에다 빨강을

   레에다 주황을

      미에다 노랑을

         파에다 초록을

            솔에다 파랑을

               라에다 남색을

                  시에다 보라를

 

날 보란 듯

제기랄, 이건 도무지 노래가 아니다싶다며

투덜대는 나잇살 이빨로 그나마 잘 씹혀야 타령이라도 제대로 나올 것 같다며

콩나물국에다 오곡밥을 질퍽질퍽 말아버렸다

그야말로 잘 버무려진 가락이다

혓바닥이 신나게 춤을 춘다

쌀과 조와 수수가 어울려 찰지게 논다

팥과 콩이 서로 뒤섞이며

들썩 들썩거린다

 

오늘밤 달님은

색동저고리 입고 오시려나

재수 좋으면

잘 불린 배만큼이나

덩실거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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