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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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움과 힘겨루기 하던 태양
수면을 뚫고 품어대는 혹등고래의 물보라처럼
애기봉 산등성이 너머 여명이 찾아오면
한옥만 고집하는 어느 늙은 대목수가 지은 정자밑
아 - - -
안타까움에 내쉬었던 긴 날숨의 끝
처마밑 총총하게 세들어 사는 어린 참새가
오늘도 몇마리
털도 안난 몸뚱이로
꾸덕꾸덕하게 밤이슬에 젖어
얼룩고양이의 먹이가되어
흙으로 되돌아갔다
아침을 깨우던 참새들의 지저귐은
정자에 무임승차하여
힘겨루기에 밀린 새끼가 삶을 버린 안타까움에
목울대를 힘껏열어 울부짖은
어미의 절규
쥐똥나무 울타리 너머
이동네 유일하게 참새들의 지저귐을 들을수 있다고
부러워하는 또 다른 귀 와 눈동자들
무심하게도 지붕의 끝은
아미(蛾眉)를 살짝 치켜뜨고 하늘을 향하고 있다
정자를팽팽한 각도로 떠받들고있는
노송의 기둥에서는
끈적한 붉은 송진이 방울방울 눈물이 되어
흘러내리고 있다
쪽방촌으로 내몰린 깃털 빠진 참새님들아
이제는 어디로 갈꺼나
댓글목록
두무지님의 댓글

북과 마주한 애기봉 근처의 풍경이 고스란이 묻어 납니다
아득한 옛날에는 혹등 고래가 물을 뿜었을 한강 하류
정자 하나 가지런히 아직도 지켜보고 서있네요
언젠가 그곳 출입 통제구역을 지역 지인의 도움으로 돌아본 기억이 납니다
늘 건필하시고 평안을 빕니다.
이옥순님의 댓글

늙은 대목수가 지은 정자
가지 가지 사연이 정자를
떠받들고 있네요
세상은 변해도
참새들에 사연은 방울 방울 눈물이 되어
기둥으로 흘러내리고 있네요
다섯별 시인님 요즘 농촌에
정서를 참 암 잘 그려 내셨습니다
정말 공감.. 공감 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