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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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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62회 작성일 20-02-27 11:40

본문

불신不信 / 백록 




땅 속으로 내린 뿌리를 숨긴 채

새싹을 내밀지 못하는 지금은

봄 아닌 봄이다


시중엔 함부로 삼키지 못하는 들숨과 속 시원히 내뱉지 못하는 날숨

그 사이로 철옹성 같은 성벽이 하루가 다르게 쌓이고 있다

벽 속엔 결벽증 같은 철근 뭉치가 천근만근

무더기로 자라고 있다


지금은 내가 나를 못 믿는데 너를 어찌 믿을까싶은 시쳇말처럼

말도 안 되는 거짓말 같은 계절이다

그야말로 지금은 사람 사는 세상이 아니다싶은

이건 정말 아니구나싶은


그럼에도 잔뜩 쪼그라든 중생의 심통 한 켠에선

저기 산자락으로 오래 웅크린 참꽃들이라도

하나 둘 숨통이 트여 다시 붉어지는 날

옛 봄이라도 기꺼이 찾을성싶다


다시 환하게 마주치는 날

그들에게 봄을 주어 고맙다는 말

안부로 건네고 싶다

꼬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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