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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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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krm333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60회 작성일 20-02-28 16:09

본문

(2020)봄


무덤에 갇힌 계절을 애도하라


이마에 검은 칠을 한 어둠의 세력들이

인적없는 거리를 점령하였구나


서로의 눈을 들여다보던 기억은 다 지워진 채

빛을 잃은 瞳孔들이 허파속만 주시하고 있다


검은 도화지에 함부로 철필을 그어대는 화가의 손에서

봄은 좀비같이 핏기 없는 입술로 쭈볏거리고 있구나


칼바람 앞에서도 당당히 심장을 열던 꽃들


텅 빈 時空에서 우왕좌왕 하던 빗줄기가

차차 질서를 찾아가며 꽃들에게 젖을 물리고 있다


생명은 무덤에서도 빛을 내는 것

무엇이 두려워 우리는 서로의 시선을 외면하는가

이토록 강인한 꽃들이 피어나려 안간힘을 쓰는 때에


애도의 시간은 짧게,


젖줄을 찾아 무덤위로 머리를 드는 생명에

우리의 시간을 부어 삶을 지어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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