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춘 > 창작시의 향기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창작시의 향기

  • HOME
  • 창작의 향기
  • 창작시의 향기

     ☞ 舊. 창작시   ☞ 舊. 창작시   ♨ 맞춤법검사기

 

▷모든 저작권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무단인용이나 표절금합니다
▷시스템 오류에 대비해 게시물은 따로 보관해두시기 바랍니다
1인 1일 1편의 詩만 올려주시기 바라며, 초중고생 등 청소년은 청소년방을 이용해 주세요
※ 타인에 대한 비방,욕설, 시가 아닌 개인의 의견, 특정종교에 편향된 글은 삼가바랍니다 

삼춘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779회 작성일 20-05-21 11:36

본문

 

내게는 삼춘이 한 분 있다.


가끔 들르던 삼춘은 날 데리고 수풀이 무성한 언덕에 올라 

찌르는 햇빛 아래 몽롱히 잠든 마을을 함께 내려다보곤 했다.


청포도빛깔의 방아깨비를 잡아 그것의 뒷다리를 붙잡고, 

"이렇게 하면 방아깨비가 온힘을 다해 제 몸으로 방아를 찧는단다." 

나는 무엇인지 모르는 그냥 숨구멍마다 스며드는 무서운 것에 울었다.

그것은 파란 하늘이었다. 


그럴 때면 삼춘은 

방아깨비를 땅에 내던지고 

발뒷꿈치로 질끈 밟은 다음 내게 웃었다.

"봐라. 마을의 경계를 이루는 저 안산도 뜨물같이 흘러가는 개울도 다 내게 너무 좁거든?" 

삼춘이 지금의 나만한 나이였을 때, 삼춘 여자친구가 봉황산 깊이 깊이 

소나무숲에 혼자 들어가 목을 매었다. 

얼굴에 길게 흉터가 자라나던 아이였다.

삼춘은 뜯겨져 나간 소나무껍질처럼 

바위가 등돌린 흙길을 청설모처럼 혼자 기어올라가 꺼이꺼이 울었다.

나는 목에 서늘한 빨랫줄이 팽팽하게 가을하늘의 과육에 깊이 

파고드는 그 감각 속에서 희미하게 삼춘을 향해 꺼덕꺼덕 웃었다. 


연탄재가 쌓인 언덕 아래 개가 던져져 있었다. 

혀를 길게 빼고서. 

자잘한 투명한 보석같은 벌레들이 

흐물흐물해진 안구를 넘나들며 빛나고 있었다. 

삼춘은 날 혼자 내버려두고 그 아래로 내려갔다. 


그리고 삼춘은 검게 닳은 철로가 앙상한 몸을 빛내는 그 황무지에 

쭈그려 앉았다. 기차가 오지 않았다.

어느 소녀가 와서 삼춘에게서 

바람결에 비릿하게 흔들리던 꽃을 뜯어가는 것이었다.

작은 웅덩이에 빨갛게 흔들리는 태양이 삼춘의 안구 속으로 뜨겁게 들어왔다.

흔들리는 물결이 제 투명한 종아리를 감추려하지도 않고,

검고 매끈매끈한 탯줄 사이로 형체를 잃은 것이 흘러내렸다.

 

처음에는 삼춘의 다리가 썩어들어가기 시작했다.

까칠까칠한 수염이 팡이꽃처럼 음습하게 일어서기 시작했다.

내가 아무리 위에서 불러도 삼춘은 물 속을 뚫어져라 바라볼 뿐

일어서지 않았다.

석양이 마을을 제 주홍빛 병(病) 안에 깊이 잠기게 했다. 

삼춘도 따라서 주홍빛으로 조용해져갔다.

사반나의 관목지대에서는 짐승들이 치열한 눈을 빛내며 나무 그늘 속에 

숨어산다. 

삼춘은 일어서거나 입을 여는 대신, 

긴 꼬리 끝에 피비린내가 섞인 흑조(黑鳥)를 그물 속으로 던졌다. 


나는 그 후 삼춘에 대해 들은 것이 없다. 

그때 언덕은 조금씩 조금씩 허물리고, 

버섯같이 옹기종기 집들이 들어서는 바람에 

하루종일 포자가 불려다녔다.

아침마다 커튼을 살짝 열고 창문 밖을 바라보면 

사반나의 연초록으로 깔린 풀잎들이 서걱서걱 일어서고 

킬리만자로산이 빙점 이하로 날카롭게 낙하하는 것이었다. 

햇빛이 흔들거렸다.




 



       


   




  

 


댓글목록

Total 37,771건 1 페이지
창작시의 향기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창작시운영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221 12-26
37770 泉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 18:29
37769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 15:00
37768 풀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 06:12
37767 손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 01:08
37766 힐링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4 00:22
37765 목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 06-01
37764 풀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 06-01
37763
녹슨 달 댓글+ 2
김 인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5 06-01
37762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 06-01
37761 정민기09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 06-01
37760 목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 06-01
37759 이지백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 06-01
37758 德望立志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 05-31
37757 민경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 05-31
37756 풀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 05-31
37755
마음 주다 댓글+ 4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0 05-31
37754 맛살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 05-31
37753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8 05-30
37752 tang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 05-30
37751 목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 05-30
37750 김 인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4 05-30
37749 풀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 05-30
37748
플러그(plug) 댓글+ 6
이장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9 05-30
37747 장 진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 05-30
37746 그대로조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0 05-30
37745
불면의 풍경 댓글+ 6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8 05-30
37744 호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 05-29
37743 브루스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4 05-29
37742
별자리 댓글+ 2
깨루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8 05-29
37741 을입장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 05-29
37740 정민기09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 05-29
37739 풀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 05-29
37738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0 05-29
37737 목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 05-28
37736 맛살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1 05-28
37735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0 05-28
37734
박새의 하루 댓글+ 1
泉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4 05-28
37733 풀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 05-28
37732
담쟁이 2 댓글+ 4
고나plm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6 05-27
37731 백지회생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8 05-27
37730
유기견 댓글+ 2
이장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3 05-27
37729 최상구(靜天)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0 05-27
37728 泉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 05-27
37727 을입장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 05-27
37726 브루스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4 05-26
37725 브루스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2 05-26
37724 목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9 05-26
37723 장 진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3 05-26
37722 정찬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 05-25
37721 넋두리하는시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 05-25
37720 맛살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9 05-25
37719 수퍼스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2 05-25
37718 풀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 05-25
37717 Jay4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 05-25
37716
목단 댓글+ 4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5 05-25
37715 이강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1 05-24
37714 평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4 05-24
37713 풀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 05-24
37712 정민기09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1 05-24
37711
꽃들에게 댓글+ 6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2 05-24
37710 목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 05-24
37709
담쟁이 댓글+ 2
들향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7 05-24
37708 그대로조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2 05-24
37707 泉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 05-24
37706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8 05-23
37705 풀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 05-23
37704 장 진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2 05-23
37703 노을피아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7 05-22
37702
어떤 배경 댓글+ 2
고나plm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1 05-22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