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페이지 정보
작성자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76회 작성일 20-06-26 12:20본문
새하얀 시멘트길 위를 千嬉들이 걸어올라간다.
어쩐지 레몬향기가 나는 것 같다.
가파른 피아노 건반이다. 펄떡 펄떡 날뛰는 돗돔같이 은빛 비늘 싱싱한 음표들이다.
심장 바깥으로 내 통증을 내놓으니
동백나무 짙푸른 그늘 아래 직박구리새 한 마리 날아들었다.
꽃잎을 물고
의자 하나 비어있다.
하얀 담장 위에 짙은 코발트색으로 고래 한 마리를 그린다.
선홍빛 자욱한 양귀비꽃들과 문패 대신 심해의 조개껍데기가 붙어 있는 집,
나는 영롱하게 통 통 튀어오르는 애기 이파리가 내 유년으로부터 온 것임을 알았다.
두텁게 반짝이는 동백잎이 바스락 바스락 햇빛에 흔들리며
서로 부딪친다.
파도가 넘싯 넘싯 흘러넘치는 아이 하나 더 그려넣는다.
너는 먼 섬 어느 뜨거운 바위 곁에서 아이 하나를 낳았다고 했다. 혹은 사슴 한마리 더 낳았다고 했다.
나는 갈매기의 언어를 모른다.
몸부림치는 조개 껍데기 하나
뜨겁게 달구어져 있었다.
이 골목에서 나는 하늘로 오를수록 그 섬과 가까와지나니,
녹음 사이로 빗방울처럼
비린내 떠도는 오선지 음표 위에
영롱하게 듣는
이명(耳鳴)에 조개껍질
문지르던,
그 무엇 하나
심연으로부터 걸어나오지 않아도,
청록빛
바다,
나는 하루 종일 아무도 지나가지 않는 이 골목이 어쩐지 그리워졌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