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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의 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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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315회 작성일 20-07-10 00:04

본문



冊을 펼칠 때마다

이야기가 이야기를 낳고 

冊을 닫을 때마다

이야기가 다시 이야기를 낳고 

내 어릴 적 어머니께서 들려주신 이야기는 

부풀고 부풀어 이제 이 다 되었네.


페이지 귀퉁이 뜯겨나간

아무리 사소한 이야기라도

그 안에는 굴곡이 있고 질감과 원근(遠近)이 있지.

너의 발자국이 찍힌 계곡과 바위마다  

참나무 오리나무 배꼽 드러낸 자작나무 팔을 길게 뻗어 위로 위로 목을 뻗으면 긴 꼬리 깃털이 햇빛에 반쯤 젖어 퍼드득 아카시나무 구릉을 뒹굴어 칡넝쿨 멍든 자리마다 자운영 뽀드득 얼굴을 닦고 초여름하늘이 제법 끼리릭 끼리릭 꿩이 음지에서 우는 소리 찔레꽃 꽃술 펄럭이는 물가로 뭉게구름에 말을 걸다가 


내 어릴 적 어머니께서 들려주신 이야기의 

수많은 표정들 청록빛 

깊은 삼림(森林)의 소리를 울려내고 있나니.   


길 없는 삼림(森林)

원래 너의 것이었던 그  

冊을 펼칠 때마다 

사슴이 되어버린 네가 

건너편 책장(冊張)으로 숨어 버리는 

그 미세한 소요(小搖)......

  

오매 불설워 자갈돌 맑은 물 안에 잠긴 

물보라 튀기는 

섬을 밟고

붕 뛰어 

또다른 섬을 밟고 

연꽃밭 너머

내 어머니 찾아가는 길.


지느러미 심연에 묻고 

닳아빠진 날개로 바위섬 한가운데 신목(神木)을 찾아갈까.

물방울 조금 묻은

날개 돋친 발굽

해가 안산 위로 솟아 

바위 위 조그만 사당(祠堂) 사슴 한 마리 웅크린

탯줄이여

붉은 천이여 물 속으로 길게 길게 풀어져 

그 아이를 찾아다오. 

그 아이는

부서진 팔다리 부서진 얼굴 부서진 폐와 자궁

발바닥에 열꽃 가득 고인. 

내 이야기는 

어느 썩어가는 둥치 곁에 주저앉아 

고개 돌려 어룽지는 젖은 그물 흰 뼈와 

헐떡이는 황홀 나는 어디쯤에서 

이 이야기를 쫓아가고 있나.


사각사각 빈 책장(冊張)에 

무언가 적히고 있는 소리.

귀 기울여보면 

내 심장이 내 호흡을 놓치지 않고 있는

소리였다. 

이야기 속의 나는 

늦은 목련꽃 담장에 숨어 봄비를 맞기도 하고 

짙은 녹음 어른어른 잎비린내 코를 찌르는

산길을 혼자 걸어가기도 하였네. 

칡범도 숨는

산령(山嶺) 오리나무 

왜 혼자서 우나.


감긴 나이테를 풀어 

시간 속 숨은 이야기를 이어나가면 

어머니 아직 페이지를 접지 않으셨네. 

어머니 업으신

새하얀 여백과 검은 혼란이 뒤섞여 

노래가 그치지 않네. 

노래는 

노래는 어디서 오나.

어머니 가슴이 시든 호박꽃처럼 말라붙은 뒤에도 

젖이 흘러넘치는 강

부르튼 산허리를 이등분하는

나 어디에서 

그 아이를 찾아야하나.

그 아이의 뼈를 주워야하나.


 

  





   

 

 


댓글목록

봄빛가득한님의 댓글

profile_image 봄빛가득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이는 저기서 날 오라 손짓하는데 문득 뒤돌아보니 아이는 온데간데없고 백발이 성성한 초로만 남아 있네요.

오매 불설워,

아, 나의 어머니!

나의 어린 날이여!

그날의 가슴 먹먹한 이야기, 아직도 끝맺지 못한 그날의 노래가 담긴 한 권의 책 속에

오늘밤 머물다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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