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다페스트에서의 마리오네트의 죽음 > 창작시의 향기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창작시의 향기

  • HOME
  • 창작의 향기
  • 창작시의 향기

     ☞ 舊. 창작시   ☞ 舊. 창작시   ♨ 맞춤법검사기

 

▷모든 저작권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무단인용이나 표절금합니다
▷시스템 오류에 대비해 게시물은 따로 보관해두시기 바랍니다
1인 1일 1편의 詩만 올려주시기 바라며, 초중고생 등 청소년은 청소년방을 이용해 주세요
※ 타인에 대한 비방,욕설, 시가 아닌 개인의 의견, 특정종교에 편향된 글은 삼가바랍니다 

부다페스트에서의 마리오네트의 죽음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290회 작성일 20-07-16 00:42

본문




너는 보이지 않는 실들로부터 동작의 음영을 자아낼 줄 안다.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재재바르게 움직이는 실들도 

그것을 움직이는 까맣게 타버린 손이 있기 때문이다.  


너의 죄는, 

마차슈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 속 

형형색색 유리조각들 조화를 이루듯 

황홀과 비참함 사이를 

균형감 있게 오간다. 


무심히 실의 움직임에 조응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그 실은 절망의 빛깔로 물들어 있어,

물감으로 정교하게 칠해진 눈동자가 

흘러내리는 일이 잦았다.   


네 앞에서는 명료한 것이 때때로 

흐릿해지고 

흐릿한 것과 흐릿한 것이 겹쳐 

그 속에 

비둘기 한 마리가 있었다. 


그것은 광장에 내려앉는 법 없었지만

그렇다고 멀리 날아가지도 않았다.


너는 어느날 색종이처럼 반으로 접혀져서 

능욕당한 다음 차가운 포도 위에 내던져졌다.


봄흙처럼 부드럽게 찢겨나간 살점 아래서

새순처럼 싱싱한 손가락 뼈가 돋아났다. 

비둘기는 무심한 듯 와서 

너의 손가락 뼈를 쪼았다. 


정강이뼈에는 철심이 박혀 있었다. 


깨질 것은 깨지고 

잘려나갈 것은 잘려나가고 

형테를 잃을 정도로 

너의 고통은 구멍난 구두바닥같은 비명을 질렀다.  


어느 군화가 너를 지나갔느냐? 

너의 동작에서는 늘 

피냄새가 났음을, 

세체니정원 무성한 관목들 사이로  

좁은 길이 복잡한 미로를 이루어 빈 벤치가 

군데군데 놓여 있고 

반짝이는 물방울은 적요의 생기를 돋우어 

너는 단조로운 춤을 

생명의 약동인 듯 추었었다. 


어느 이에게 너는 누이였고

어느 이에게 너는 아내였으며 

어느 이에게 너는 딸이었다.  


하지만 지금 너는 

형체를 알 수 없는 

피에 젖은 실뭉치가 되어,  

부서진 나무조각 휘어지지 못해 잘려나간 중지(中指)

우리는 절규하고 

한 웅큼 남은 너를 손안에 쥐고 분노하여 일어선다.


찢긴 우리 살마다 격노한 피가 분출하리니 

우리 피가 우리 분노를 기억하기 때문이다. 

우리 분노가 우리 죽음에

표현을 주기 때문이다.

우리를 속박하는 실을 우리가 끊고 

하얀 천으로 얼굴을 둘둘 감은 마리오네트들이 

차례차례 

차가운 포도 위에 내던져지고 있다. 


산산이 깨진 마리오네트여.

저만치 떨어져나간 너의 눈동자가 

중심으로 갈수록 더 또렷한 유리알이 

마지막으로 본 것은 

비둘기 날개의 왼쪽이었느냐 오른쪽이었느냐?



댓글목록

봄빛가득한님의 댓글

profile_image 봄빛가득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사무실 복도 끝에서 열세 살 어린 소녀가 나에게로 뛰어와 내 품에 안기며 속삭입니다.

"혁명은 실패하였지만 갈라진 이성의 장벽은 무너졌어요."

비 갠 후의 아침 하늘이 다뉴브강의 푸른 물결보다 더 푸르네요.

푸른 하늘 저편으로 죽지못한 이들을 위한 소녀의 울음소리가 퍼져나갑니다.

삶과 죽음의 전주곡은 수많은 세월이 흘러도 우리들의 가슴에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머물다 갑니다. 시인님!

* 최근 패러디 작품을 자주 올리시네요. 또 다른 새로움의 추구.. 보기 좋습니다. 건필을 빕니다.

Total 34,600건 208 페이지
창작시의 향기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20110 탄무誕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6 07-30
20109 아침시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4 07-30
20108 브루스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9 07-30
20107 붉은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9 07-30
20106 피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8 07-30
20105 tang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4 07-30
20104 처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2 07-30
20103 겨울숲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52 07-30
20102
詩라는 것은? 댓글+ 2
벨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3 07-30
20101 sundol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5 07-30
20100 바람예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9 07-30
20099 연풍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7 07-30
20098 피플멘6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8 07-30
20097
흰나리꽃 댓글+ 3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3 07-30
20096 베르사유의장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5 07-30
20095 새벽그리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2 07-29
20094 겨울숲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11 07-29
20093 바람예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49 07-29
20092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2 07-29
20091 童心初박찬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3 07-29
20090 함동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0 07-29
20089
대리석 댓글+ 2
sundol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8 07-29
20088 창문바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4 07-29
20087 이옥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34 07-29
20086 원가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0 07-29
20085 베르사유의장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9 07-29
20084 피플멘6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8 07-29
20083 창가에핀석류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4 07-29
20082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5 07-29
20081
넉넉한 열정 댓글+ 2
새벽그리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1 07-28
20080 지명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5 07-28
20079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0 07-28
20078 벨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9 07-28
20077
저승에서 댓글+ 1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2 07-28
20076 sundol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6 07-28
20075 피플멘6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3 07-28
20074 맛살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2 07-28
20073 베르사유의장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7 07-28
20072 바람예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0 07-28
20071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5 07-28
20070 새벽그리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0 07-27
20069 아침시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3 07-27
20068 sundol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8 07-27
20067
매우 댓글+ 3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7 07-27
20066 김진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9 07-27
20065 원가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4 07-27
20064
치매 댓글+ 1
이옥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5 07-27
20063 두무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7 07-27
20062 삐에로의미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8 07-27
20061 베르사유의장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2 07-27
20060 하얀풍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8 07-27
20059 바람예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1 07-27
20058 피플멘6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7 07-27
20057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4 07-27
20056 새벽그리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0 07-26
20055 동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0 07-26
20054 바람예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9 07-26
20053
푸른 어음 댓글+ 2
붉은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7 07-26
20052 벨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2 07-26
20051
고독 댓글+ 3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9 07-26
20050 sundol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9 07-26
20049 피플멘6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7 07-26
20048 장 진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98 07-26
20047 베르사유의장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4 07-26
20046
기역, 니은 댓글+ 6
작은미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0 07-26
20045
作詩 댓글+ 2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1 07-26
20044 새벽그리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7 07-25
20043
장마 댓글+ 3
tang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7 07-25
20042
장마 댓글+ 6
라라리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6 07-25
20041
치통 댓글+ 1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0 07-25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