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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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의 역설
석촌 정금용
요모조모 비추는 거울은 얼마나 깊이 모를 요물인가
늘 반사된 정면을 향해 무료를 뚫고 잠기는 평면 속에 머문 맑은 물의 순수한 표면이 되었을까
마주한 헝클어진 상태를 방관할 수 없으니 한사코 꾸미라 재촉하면서
빤히 들여다보는 눈길이 겸연쩍은 줄 몰라 오래도록 머무는 동안 시간이 아무런 느낌 없이
소멸하는 안개같이 부서져
어둠에 밀려 넉넉했던 햇살이 허망한 빈털터리로 돌아가면서
알려줄 때까지는 헛짓인 줄 몰랐어
샐쭉한 초승달이 창 너머로 엿보는 줄도 까맣게 몰랐지
누구와도 이렇게 오랜 응시에 빠져든 적 없어
버티던 팔꿈치가 뻐근해져서야
멀쩡한 얼굴 곳곳이 붉은 꽃같이 부풀어올라서야
구겨 넣듯 서랍 속에 너를 감춘 뒤에야
관계를 향해 나서기 전 언제나, 네가 내게
되돌려주는 있는 그대로를 수긍하라는 준열한 꾸짖음일 수도 있다는
쉽사리 벗어날 수 없으니 어지간하면 그냥 쓰라는
곧이곧대로 두라는 존재와 돌아서면 그만이라는 인식의 역설을 여태 무심히 넘긴
비록 겉일지라도 나를 들여다볼 이렇듯 커다란 열쇠구멍
댓글목록
작은미늘님의 댓글

늘 잘 보고 감탄하고 갑니다
시인님! 더위가 계단을 오르고 있습니다.
유월에도 행복하고 즐거우시길
바랍니다.
창동교님의 댓글

언제나 좋은 시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정석촌님의 댓글

함께 느껴주신,
두 분의 감성과 관심에 깊은 고마움 새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