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키(雪) > 우수창작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우수창작시

  • HOME
  • 창작의 향기
  • 우수창작시

     (관리자 전용)

☞ 舊. 우수창작시  ♨ 맞춤법검사기


창작의향기 게시판에 올라온 미등단작가의 작품중에서 선정되며,

 월단위 우수작 및 연말 시마을문학상 선정대상이 됩니다

우수 창작시 등록을 원하지 않는 경우 '창작의 향기' 운영자에게 쪽지를 주세요^^

(우수 창작시에 옮겨진 작품도 퇴고 및 수정이 가능합니다)


유키(雪)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25회 작성일 20-07-01 00:05

본문



너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짙은 눈발이 내 소매 속으로 파고들 뿐이었다. 


나는 터널을 통과하고 있었다. 


서걱거리는 기모노 자락에 매달리는 빨간 비단의 흐느낌이 지금이라도 네 몸의 굴곡을 타고 스르르 흘러내려 네 발밑에서 뜨겁게 짓이겨진 홍매화 시해(尸海) 갈겨쓴 네 입술이 부르터 하혈(下血)해낸 매끈한 체액의 향기 감도는 조용히 설원 위를 머얼리까지 떠돌 것만 같았다.   


그리하여 네 새하얀 발목을 버선 바깥 풍경 속으로 높일 수만 있다면 

내가 예리하게 날이 선 그 투명한 눈의 결정을 혀 베이어가며 핥아도 좋을 것 같았다.


너도 의아해하리라.


너는 녹아 없어질 운명이며 이렇게 잠시 동안을 영겁 삼아 

내 호흡 안으로 침투하는, 

너 또한 나의 운명인 것이냐?


결국 소멸해 가라는 것이 나의 운명이기도 한 것이냐?


내가 널 견디어 가는 이유가 무엇인지 아느냐

내가 널 견디어 감이 내게 황홀인 이유를 네가 내포하고 있는 

이 겨울 눈송이와 눈송이 사이 무한의 공간 속에 또렷이 느껴지는 모순의 아름다움을 

어떻게 내게 보여줄 것이냐?


유키(雪), 하얀 계곡과 소복 입은 나무들과 그것들이 상실한 연두빛 황홀의 추억, 

매서운 고드름으로 그린 추상조형물(抽象造形物)같은. 

그것이 생명의 바깥에서 생동하는 얼음의 고요라고 하더라도 나 또한 그 안에 있다.

지금 네가 거둬들이고 있는 눈의 결정(結晶)들이 모두 날 위해 태어난 것이었다. 

그것이 저 잿빛 겨울하늘의 준엄한 고독이다. 

자작나무 새하얀 피부를 바람과 거센 눈발과 휘파람소리로 채찍질하는,

유키(雪), 너만이 날 이해하고 있구나. 


네가 이토록 영원할 수 있었던 것은

네가 스스로를 형태 없는 것으로 변화해 가면서 

내 감각을 초월하여 멀리 떠나간 데 있었다.


너도 내 뼈를 받아 

그 차갑고 정결한 손으로 영원히 쓰다듬어 줄 것임을 나는 안다. 

너도 날 불가해한 존재로 사랑하고 또 품어줄 것이다. 


너도 나도, 한순간의 통각(痛覺)으로 영원을 채색할 줄 아는 현명한, 

냉엄한 지조(志操) 속에 존재해야 하는 것들이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20-07-06 09:11:05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6,151건 12 페이지
우수창작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5381 김진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0 1 07-27
5380
치매 댓글+ 2
이옥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67 0 07-27
5379
기역, 니은 댓글+ 6
작은미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01 0 07-26
5378
장마 댓글+ 6
라라리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79 0 07-25
5377
큐브(퇴고) 댓글+ 2
창가에핀석류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0 0 07-25
5376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60 0 07-25
5375 벨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46 0 07-24
5374
무덤 댓글+ 1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6 0 07-21
5373 벨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3 0 07-20
5372 대최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1 0 07-20
5371
붉은 마당 댓글+ 4
이옥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6 0 07-20
5370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5 0 07-20
5369 라라리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24 0 07-19
5368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50 0 07-18
5367
메꽃 추억 댓글+ 2
대최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3 0 07-17
5366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5 0 07-16
5365
변기 댓글+ 2
작은미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55 1 07-13
5364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42 0 07-08
5363
흙의 손 댓글+ 2
스펙트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9 0 07-06
5362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47 0 07-06
5361
경계에 앉다. 댓글+ 6
작은미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62 0 07-05
5360
일곱번째 포옹 댓글+ 12
라라리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47 0 07-04
5359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9 0 07-04
5358 스펙트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2 0 07-03
5357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1 0 07-03
5356 작은미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4 0 07-03
5355 스펙트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2 0 07-02
5354 스펙트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1 0 07-01
5353
손톱 댓글+ 2
작은미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08 0 07-01
5352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39 0 07-01
열람중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6 0 07-01
5350
노란 고양이 댓글+ 2
대최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1 0 06-30
5349
순대국 댓글+ 1
창가에핀석류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6 0 06-29
5348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3 0 06-29
5347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0 0 06-28
5346
환절기 댓글+ 4
창가에핀석류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37 0 06-27
5345 라라리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3 0 06-26
5344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1 0 06-26
5343
연통 댓글+ 6
작은미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09 0 06-25
5342
축제 댓글+ 4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3 0 06-24
5341
시멘트 꽃 댓글+ 2
대최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7 0 06-23
5340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4 0 06-23
5339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0 0 06-22
5338 온글쟁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1 0 06-22
5337
한일병원 댓글+ 4
창가에핀석류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5 1 06-22
5336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9 0 06-21
5335 창가에핀석류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0 0 06-20
5334 하늘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6 0 06-18
5333 온글쟁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6 0 06-18
5332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5 0 06-18
5331 맛살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9 0 06-18
5330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4 0 06-18
5329
6월 감정 댓글+ 4
하늘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80 0 06-17
5328 고평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47 0 06-17
5327 스펙트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73 0 06-16
5326
어떤 저녁 댓글+ 1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62 0 06-14
5325
당신의 접시 댓글+ 3
작은미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16 0 06-14
5324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42 0 06-13
5323 고평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76 0 06-12
5322 고평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49 0 06-08
5321 하늘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9 0 06-07
5320
人魚 댓글+ 2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00 0 06-07
5319
장닭과 아이 댓글+ 4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4 0 06-06
5318
사이 댓글+ 4
라라리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08 0 06-06
5317 작은미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3 0 06-06
5316
빗소리 댓글+ 8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41 0 06-05
5315
거울의 역설 댓글+ 3
정석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69 0 06-05
5314 하늘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8 0 06-04
5313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13 0 06-03
5312 조현3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9 0 06-03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