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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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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스펙트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10회 작성일 20-07-01 17:07

본문

옷걸이 /

 

높아진 기온 탓에 옷장을 열어본다

옷장 안을 살펴보니

여름 양복 한 벌이 서둘러 나가고

1년 된 값비싼 셔츠가 외출하고

10년 된 밍크코트 하나

애잔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다,

몇 계절을 살아 온 시간만큼

당당했던 어깨가 허탈한 웃음 던진다,

 

옷걸이는 저마다 물음표가 걸려있다

다음엔 어떤 옷을 입혀 주실 건가요?

어깨가 부러지면 날 고쳐 줄 건가요?

옷들이 없어지면 우리를 버릴 건가요?

명품 옷은 언제쯤 입혀 주실 건가요?

 

그렇구나,

너희들에게도 걱정거리가 있었구나

너희들에게도 신분이란 것이 있었구나

너희들에게도 꿈이 있었구나

 

말없이 듣고 있던 옷걸이가 입을 연다

명품 옷을 입은 들

우리의 몸은 그들을 걸치는 앙상한 뼈대야

단 한 번도 우리 자신의 삶을 살지 못해

우린 타인의 삶을 위해 살아가고 있어

계절을 업고 들어온 옷의 무게로

우리의 어깨가 휘청거려도

우린 결코 옷을 벗어 던질 수가 없잖아

 

그래 그래,

내 가슴에도 물음표 같은 옷걸이 하나 있다

숨 거두시던 그 순간까지도

식구들 걱정에 눈을 감지 못하시던 아버지

 

왜 그토록 몸을 혹사하시며 사셨는지? 하는,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20-07-06 09:13:26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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