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구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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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구걸하다
희양
조양이 앞산에 목을 걸어놓으면
가슴을 꺾어
느려뜨러 놓은 나의 시간들이
둘둘 말린다.
거울속에 살고있는 낮선 남자는
월요일 아침을 지우고
7층 계단을 지우고
고장난 지느러미를 끌고
오늘을 버리러 간다.
오전 여덟시 반
나는 신작로 목동맥을 밟고
오늘을 생각한다.
경사진 시간, 붉은 신호등 길을 걸으면
노란 멀리가 스멀거리고
사나운 생각이 거친 광야로 간다.
그러므로
오늘을 북어처럼 방망이로 두두리면
단내나는 내일이 배달될까
내 입에는 생쥐들이 살고있는지
입만 열면
사탕 같은 오늘을 구걸하고 있다.
댓글목록
활연님의 댓글

여기 올리신 세 편을 읽었는데
시를 차분히 잘 쓰시는 분이군요.
한 문장도 허투루 쓴 것 없이, 언어의 마디와
질곡이 참 아름답습니다.
응원합니다.
희양님의 댓글의 댓글

늘 길이 막혀 어눌한 발자국 놓습니다.
부족하고 모자란 글에
더 정진 하라는 말씀으로 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분홍초록님의 댓글

달달한 오늘은
어느때일지
시큰함과
씁쓰레한 오늘은
언제일지
시커먼 능이 버섯
품어 안고 백숙이 된
오늘에 대한 묵념을
읽는듯 합니다
오늘에 대한 무한한
가능성과 괴리를
상념하며 읽었습니다
희양님의 댓글의 댓글

생이 한쪽으로 몰릴수록
달달한 날들이
멀어가고
부레가 파열되어 비상을 하지 못합니다
춥파춥스 사탕 같은
달달한 날들이 어디 있겠습니까
분홍초록님
모자란 글에 고운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