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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62회 작성일 20-01-14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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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을 올라가면 하늘이었다. 계단을 올라갈수록 하늘은 점점 더 좁아졌다. 마침내 하늘이 어둠 속 작은 직사각형의 형상이 되었을 때, 나는 거리 끝에 서서 아무 지나가는 사람이나 붙잡고 울던 금발의 새 한마리를 떠올렸다. 


새의 형상은 더 또렷해진다. 잘려나간 새의 날개가 아니라 하늘의 길이 절름거렸으리라. 발가락을 찧는 모난 돌에는 검은 순금이 섞였으리라.  


친구가 허공 중에 떠 있는, 그런 자갈들 중 하나를 가리킨다. 


"저 안에는 불꽃이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어. 어느 조각가가 자신의 마음을 감추느라 만들었지." "그의 얼굴은 너무 추해서 도나우강가까지 쫓겨나온 거야."

  

나는, 나의 신부가 어느 날빛 자욱해지기 전 혼자 들어가 버린 편백나무를 생각하고 있었다. 편백나무는 웬일인지 자꾸 자신의 그림자 안으로 기울어졌다. 바람의 통로가 좁아지면서, 나는 내 가슴 안 무뚝뚝한 견갑골 안에서 쾅쾅 두들겨대고 있는 불꽃을 생각했다. 불꽃이 뭐라 외친다. 황금의 벽이 너무 얇다. 차가운 복도가 잠시 술렁거린다. 


나는, 내 안과 밖을 뒤집어서 팽팽하게 내걸린 빨랫줄 위에 내건다. 나는 무화과껍질 안에 숨어 오들오들 떠는, 쌀알처럼 작고 보랏빛으로 투명한 바람을 오도독 깨문다.


피아노를 치던 소년은 방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았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20-01-17 11:37:28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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