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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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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목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18회 작성일 20-02-23 12:27

본문

나무, 녹

 


숨을 거둔 고목

옹이구멍에는 바람의 일행이

떠나가기만 한다.

발소리 요란했던

새는 뼈만 남은 가지를 끊고 떠나 

안부조차 하지 않는다.

조등을 내건 부식의 요령 소리 들린다.

숲 내 풍기는

헌신의 육신을 잠식하는 벌레들과

이끼와 버섯의 조객들이 

살찌우는 보시로 베풂과 비움의 차안

일생의 나이테 숨결이

육탈로 갈무리하는

살점의 켜켜 녹 속에서도

끊어질 듯 이어온 환귀 

영생의 푸른 선묘를 남긴 무수 유구한 몸

여정의 널을 끌어안고 

옹기장이가 넣은 가마에는 백 년을 지내 온

무덤 한그루 녹이 화엄에 이르니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20-02-25 10:00:24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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