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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이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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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017회 작성일 19-08-21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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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가 오지 않는다. 


어머니가 복사꽃을 피우지 않으신다.  


봄바람이 복숭아나무 가지를 건드리지 않는다. 


간이역 역사는 아무리 해도 붙잡을 수 없는 여백을 안과 바깥에 두었다. 


바다보다 더 깊고 물결보다 더 향그러운  

여백으로 된 여자아이.  

낭창낭창한 시어로 머리를 땋았다.

똥그란 논에 보조개 움푹 패인 얼굴로 

상굿 웃으며 역사 안으로 뛰어들어가 버린다. 


하늘이 어떻게 하면 좁은 역사 안으로 들어갈까 역사 바깥을 빙빙 돈다. 유리창이 흔들린다. 나무의자가 불에 탄다. 


정적 한구석에서, 

어머니를 안은 갓난아이가 칭얼거리며 어머니를 달랜다. 


복숭아 빛깔 뺨, 즙 많은 언어. 손가락을 부러뜨려 봄하늘 속에서 깃발 펄럭이며. 


에메랄드에 눈을 대고 그 속을 들여다본다. 투명한 여자아이가 뛰어 지나간다. 갯펄 진흙 속에 발이 빠질까 봐 노오란 장화를 신고서. 


간이역이 숨을 쉰다. 나뭇가지가 햇빛 아래 쑥쑥 자란다. 직박구리새가 와서 운다. 읽을 수 없는 푯말이 불에 타고 있다.


바다가 멀지 않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9-08-26 17:12:44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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