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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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소음
아파트 위층 화장실
한밤중 가끔 물 내리는 소리!
평소에 그런 평면의 거실이 싫었다
피곤한 하루의 일상이
예기치 못한 방해꾼의 소음에
꿈 같은 휴식도 물거품이 되는
모처럼 가족과 평온한 시간
서로는 돌아눕다, 바라보다
물소리 긴 여운 청각 속을 괴롭히고
마음을 진정하려 창밖을 바라보다
애꿎은 가로등에 소환되어
밖으로 뛰쳐나가기 다반사인데,
흐름도 계곡에 맑은 물소리나
낙숫물 떨어지는 처마 끝 정서는
지고지순 사랑처럼 아름답기도 한데,
며칠 뒤 관리실 연락을 받고 보니
아래층 아파트에 곰팡이가 기생
우리 집 하수관을 살펴달라는 부탁,
원인을 분석하니 거실 앞 베란다
상습적으로 하수구가 막히는 상태
아래로 흐르는 물의 원칙이 깨지는 순간
누군가 쉽게 만든 복잡한 구조
불성실한 배관을 탓한 터였다
물도 소리 내여 불평을 털고 싶었을 터,
어쩌다 운명처럼 갇힌 하수구로
쉬지 않고 더러운 것을 보내야 했는데
오염 속에 부식돼서 괄시를 받는지.
고여서 검게 솟은 부실한 검버섯보다
당신이 감추려는 저 깊은 땅속에는
흐름도 끊겨 썩어가는 지옥이 있다고,
호수도 아닌 잔잔한 검은 액체들
오랜 세월 공들여 숨겨버린
불평도 시비도 못하는 암흑 같은 지옥.
인간의 이기심이 수장된 영원한 블랙홀.
말없이 깊게 썩어만 가는데,
그 정도 아름다운 물소리쯤이야.
댓글목록
임기정님의 댓글

아름다운 소음 이라면 어디서 울리든 환영할 것 같네요
잘 지내시죠 두무지 시인님
두무지님의 댓글

아파트 소음은 우리가 만든 구조물에 의한 것 같습니다
막상 폐수로 몰리는 물은 아무런 대꾸가 없는데,
시마을 모임에 잘 다녀 오셨는지요.
저도 철이 더 들면 꼭 한번 참석하렵니다.
어제 세집 김장 하느라고 파 김치가 됐습니다.
다녀가신 흔적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