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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하루, 스쳐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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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느지막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89회 작성일 22-07-08 07:31

본문

사정없이 내리 붓던 폭우가 그쳤다

다음날 아침

코발트로 단장한 하늘이 오랜만에 등장했다 수세미 같은 햇볕이 깊게 살갗을 따갑게 긁고

공원을 말끔히 씻어냈던 어제의 물기가 쓰윽 지상을 염탐하고 있다

곧 있을 무더위와 한판 어울리기 위해 끈적이는 등짝을 타고 오른다

철철 넘치던 빗물

그 동안 가물에 공복이었던 땅속은 순식간에 배를 채웠다

서있지도 못하는 무골호인

맹한지라 틈새만 있으면 가타부타를 따지지 않고 들이민다

'순망치한' 적절한가

하여튼 없으면 안되는, 한곳에 떼로 몰리면 말리기가 쉽지 않다

기름진 땟물, 먼 곳에서 유랑온 찐득이

함께 엉겨붙은

허락도 없이 떠도는 어중이떠중이 못된 것들이

어둠에 숨어있다가 투명한 손에 분리수거 됐다

빼꼼 햇빛에 드러난 청아한 기분은 비온 후에 덤이다

농땡이가 하루를 까먹었다고?

충전했다고?

분분한 이론이 의문을 낳는 지금에 와서 새삼 농땡이를 거론하면서 맘을 어지럽히는 것이 정당한가

게으름으로 무장하고 응답없는 세상으로 입문하는 멍청한 상태

쉬는 것도 일이고 익숙해져야 할 과제인데 굳이

세상은 먹기 위해 일하는 게 아니라 살기 위해 일한다

농땡이와 일의 구분이 모호해진 지금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잡동사니가 모인 곳에 붙여진 이름, 보물창고

어둑한 형광등의 안내를 받은 시금털털한 지하 1층

한물 갔거나 이미 시장에서 퇴출 된

옛날이 머무는 한때가 가득하다

주인의 손가락은 귀신을 닮았다

사발시계 하나 들었다

한가득 폐지에 매달린 노인이 리어카에 끌려간다

그늘에 숨은 벤치에 잠시 붙인 엉덩이가

하늘을 가득 채운 찌는 듯한 무더위에 연신 땀방울을 흠치고 있다

너를 비교하지 않고 나를 한탄하지 않는

어제와 같은 하루일 뿐

금방 자리를 털고 청소년수련관 구부러진 귀퉁이를 돌아 폭염 속으로 사라진다

아득하게 파인 주름살에 깊숙이 새겨진 지난 날은 어땠을까

불볕을 헤치고 무심히 흘러간 어제

나의 하루는 스쳐가는 파노라마였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22-07-11 11:21:25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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