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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 닦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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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202회 작성일 22-07-25 06:34

본문

잔 닦으며

 


개수대는 잔을 닦을 때 잠시 상념이 오른다 말끔히 비운 입술 자국이 얼룩으로 남았다 자리에서 자리까지 개수대의 수세미와 건조대의 마름 길까지 잠시 불을 끄고 등만 내보이며 있었던 잔을 보고 검은 물을 담고 그 검은 물을 비울 때 두근거림과 슬레임을 반복했을 것이다 잔을 오랫동안 들고 있으면 또로록 거리는 검은 물소리가 난다 쟁반에 오른 닦달이 있다면 그 얼룩은 초승달의 누추겠다 옷고름 하나씩 풀며 마신 편린이 단근질의 손잡이라면 그건 분명 물 위에 뜬 엄부럭이겠다 돋을새김이 본뜬 물의 세계에 닿은 흉흉한 기촉 견지 잠결 속 잔결殘缺, 한 손은 잡고 한 손은 움푹 팬 습지를 건넨다 입술과 입술이 닿는 고동은 출렁거림 속에 쏟기지 않으려는 범주였음을 별자리가 목 마름에 숟가락 하나 필요했다면 그 잔이었겠다 개수대에 푹 담근 잔 하나가 계단에서 계단까지 파편으로 나부낀다 수세미가 오늘도 내 움푹 팬 바닥을 북북 밀고 있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22-07-26 09:05:07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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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콩트님의 댓글

profile_image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퇴근 후
조용히 시를 읽습니다.
개수대에 담긴 잔 하나에
이리도 숙연해지는군요.
좋은 시,
잘 감상했습니다.
편안한 저녁
보내시길 바랍니다.

崇烏님의 댓글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저 졸글입니다. 시인님^^

오늘 이런저런 일로 마감이 늦었네예...
상담도 그만 잊어뿌고 ,
밤에 산책을 다녀왔는데 가을이
좀 일찍오나 싶기도했습니다.
대추가 여무는 것보니까요...
들려 주셔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콩트시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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