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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팔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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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보푸라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99회 작성일 22-05-24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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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팔꽃



아버지는 종이었다 

외거노비였다 


나팔꽃 덩굴이 스레트 지붕을 타고 

보랏빛으로 아침을 깨우는 시간 


아버지는 벙커시유로 세수를 하고 

정비공장 한 모퉁이서 올 풀린 하늘을 꿰매고 있다 


월급날이면 

큰 방 주인마님에게 세경을 내고 

벙커시유로 물든 아버지의 누런 봉투 속에는 

나팔꽃씨가 한 움큼 들어 있었다 


까까머리 형이 중학교 가던 날 

아버지는 사막으로 떠나고 

몇 해 후 스레트 지붕 위에 

할머니가 나팔꽃으로 피었다 


김포공항으로 달리는 버스 속에서 

어머니는 보라색으로 물든 고사리손을 

가만히 더듬으며 먼산만 바라보았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22-05-26 08:42:03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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