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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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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31회 작성일 22-04-19 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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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감나무의 바싹 마른 뼈마디에 까치밥처럼 벌겋게 매달려 있는 휴일 저녁

내 손과 팔다리를 옥죄던 대못과 잔못들이 저녁의 가장자리를 한 바늘씩 휘갑치기를 하는데

​내 호주머니 속엔 오후의 얇은 연민과 잔고가 텅 빈 예금통장뿐이라서

우리는 폐허 같은 황폐해진 계절의 끄트머리에서 내 몸과 피로 채워진 성반과 성작으로 만찬을 즐겼다
서쪽 하늘로 철새들은 날아오르고 산그림자도 벽장 속 이부자리를 꺼내어 펴는 시간
못들이 일렬로 대가리를 앞세우고 내 몸속으로 허락 없이 들락거린다

살을 발라내고 뼛속까지 파고든 못대가리가 내 눈깔을 빼내고 심장을 적출한다
저녁연기 피어오르던 내 어머니의 짙은 밥 냄새가 내 몸속의 혈관을 거슬러올라 늑골 깊숙이 못질을 한다
나는 통증에 겨워 쑤셔 박힌 가시못을 잡고 발버둥치는데 못자국에서 아이들이 나의 창자를 발라내고 분연히 뛰쳐나왔다

등골이 구부러진 녹슨 대못 하나 덩그러니 발등으로 내리꽂힌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22-04-21 08:03:44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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