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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내리는 쉘부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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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242회 작성일 22-05-09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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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내리는 쉘부르

 

  

비가 내린다

 

쉘부르의 빗방울이 바닥으로 질주하듯 낙인 같은 스키드 마크를 찍는다

깨진 아스팔트마다 뽑혀나간 내 어금니를 감춘 구부러진 톱날 같은 잇바디가 튕겨져 오른다

발바닥은 마리아나 해구처럼 시퍼런 개골창에 푹푹 꺼져가고

 

우산을 두고 온 구백리 길

천년을 걸어온 산굼부리에 갇힌 내 발목이 쉘부르의 우산을 이고 빗물 속으로 수몰되는 밤

 

뻐꾸기 새끼는 숙주 알을 둥지 밖으로 밀어 떨어뜨리는 것으로 삶을 시작하고

숙주는 제 새끼를 모두 죽인 뻐꾸기 새끼를 온갖 힘을 기울여 기를 뿐이다

 

허기진 저녁의 창가로

백태 낀 숭어의 눈깔이 흐릿한 빗속에서 출렁거린다

붉은머리오목눈이가 자기보다 큰 뻐꾸기 새끼를 먹이고 있다

 

잘 지낸다는 한 마디

수화기 너머로 바람이 웅웅거리는 소리

빗물이 구부러진 톱날처럼 쏟아져 내린다

 

오늘도 쉘부르에는 소리도, 우산도 없이  

구불구불 휘어진 엇각의 무늬로 비가 내리고 있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22-05-11 09:01:34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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