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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 - 파도에 내리는 눈발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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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성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417회 작성일 20-10-21 17:55

본문

무제

-파도에 내리는 눈발처럼







보행하는 이름의 얼굴에 거미줄이 쳐집니다


이름을 읽을 때면 다른 이름이 생겨났습니다

무량해지는 이름을 바라보는 이름은 

비로소 자신을 잃어갑니다


표정이 젖습니다 비에 젖은 표정을 뭐라고 부를지 몰라서 이름에게는 의심이 없습니다 이름에게는 

평일과 주말도 없습니다 손도 발도 몸도 없이 이름 모를 같은 것이 달려 있습니다 눈물 같은 것이 달려 있습니다


입술이 사라진 이름들은 서로를 바라보기만 뿐이었습니다 


모래사장에 적혔던 이름이 지워집니다


종이와 나무 사이 놓인 태엽을

슬픔이라 호명하는 시제가 있고


부를수록 건조해지는 이름이 

지워지는 중입니다


이름은 이름을 말하지 않아도 된다고


모르는 것과 없는 것은 다르다고 말합니다


오늘을 새롭게 버리는 와중에도

이름들은 한량없이 

맥락을 잃은 남아있었습니다


잃어버린다는 말이

무한대로 뻗어가고 있었습니다


번이나 남았을지 모를 계절만이 

텁텁한 이름을 씹고 있었습니다


이름도 이름을 떠날 준비를 합니다

소리를 남기지 않으면서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20-10-27 13:56:41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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