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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두 시(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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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창가에핀석류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7건 조회 601회 작성일 21-01-27 23:51

본문

오후 두 시

  

 

창가에핀석류꽃

 

 

실내가 잘게 쪼개지는 스타카토의 계절이다

 

바리스타가 흘린 웃음 건네받은 팝송이 건들거리고

파도 넘실거리는 테이블 사이로 물길 내는 블루마운틴,

AA, 예가체프가 대양을 돌고 있다

 

햇살 잘게 부수는 모빌의 하늘,

유리창에 창공이 퍼덕인다

 

회색 외딴섬 그녀가 빨간 원피스에 쏟아진 힐끔힐끔을 닦아내며

동쪽 넓은 창에 고개 들이민 파란 안색에 얼굴 물들이고 있다

 

가지 끝 하늘 아득한 설원, 간절에 젖어 몸을 떠는 꽃대

몇몇 구석의 목이 한 뼘씩 자라났다

 

바람이 불러낸 계절 어귀에 서면

언제나 들리는 건 가슴 말라붙은 시어의 휘파람 소리

하오의 창백한 마음에 아이들 음성이

얼어붙은 강 밑을 채우고 있다

 

페이지 급하게 넘기는 촘촘한 안경 너머

과수원 밭뙈기 돌산 담아 묻고, 대답하는

은밀한 웃음이 싱싱하다

 

혁신 녹아내리는 건너 신축 공사장에서

소금꽃 피는 등줄기 노란 헬멧이

계단 지고 오르다 뱉는 독백 사이즈 길다


낯익은 것들 떠난 창에 아리아로 흐르는 삶이

사람들 사이에서 아침을 기다린다

 

기울어지지 않으려 온몸 힘주고 서서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21-02-04 11:35:44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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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작은미늘barb님의 댓글

profile_image 작은미늘barb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창가에핀석류꽃님! 시를 읽고 있으니 저절로 떠오릅니다.
건들거리는 팝송이 오후2시를 아름다운 햇살과 스며들때의 찻집
그 커피음과 리듬이 흐르는 풍경 너무도 익숙했던 추억이 떠오릅니다.
레드 제플린의 Stairway to heaven과 에릭클립톤의 unplugged 앨범
Deep Purple의 Smoke on the water를 귀에 달고 다니던 그때가
참 그립습니다.
음악얘기로 식던 커피와 마주 앉아 입에서 꽃을 피우던 친구들
벌써 몇십년이 지나 아련한 기억입니다.
오후 2시 점퍼에 손넣은 채 담배 하나 물고 햇살 좋던 거리를 귓속 음악 하나로
가난히 걷던 그 오후 2시를 떠오르게 합니다.
언제나 감동을 주십니다.^^

창가에핀석류꽃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창가에핀석류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작은미늘 시인님이 거닐던 낭만의 거리를 떠올려 봅니다.
청바지에 터벅한 머리 음악에 젖어 함께여서 즐겁던 시절...
페이지를 넘길 때 마다 가슴 따듯해집니다.
잘 지내시죠? 언제나 포근히 마음 데울 수 있게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창가에핀석류꽃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창가에핀석류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고맙습니다~.
바쁘실텐데 좋은 글 자주 올려주시니 창방이 환해졌습니다.
순하디 순한 시의 본질을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오늘도 좋은 날 되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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