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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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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날건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660회 작성일 21-02-28 11:08

본문

아버지의 침실이 저기 보이네요 언 땅에 온몸 묶이어 침묵하는 아버지의 언어처럼 살라 하네요

무덤가에 모로 핀 눈빛 떨군 들꽃들 아버지의 종교처럼 살라 하네요

가는 길 끝에 무엇이 도사리고 있는지 살 끝에 차갑게 닿는 바람이 어디서 왔다 어디로 불어가는지

어스름 따라 피어오르는 아이가 바람결에 떨어지는 마른 잎새처럼 바스락거리고 있네요 어둠 속에서 둥그스름한 바윗돌처 피어오른 달빛


몇 조각 떼어내 새벽시장에 내다 팔면 허기진 배곯음 채울 수 있을까요


달빛 배인 어둠 한 조각 거름망에 걸러내어 각성의 껍질 벗긴


온기가 채 가시지 않은 차 한잔 마시고 싶어요


성묘를 마친 아이가 싸락눈 맞으며 내리막길을 걸어가네요 


아이는 잠시 발걸음 멈추며 뒤돌아서는데


누군가 바라보는 듯 아이의 얼굴에 새겨진 하얀 미소가


불 꺼진 비상구를 환하게 비추네요


채근하듯 분주한 관리인의 몸짓이 내리는 눈발처럼


아이를 비상구로 밀어내고 있어요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21-03-02 09:07:47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추천1

댓글목록

魔皇이강철님의 댓글

profile_image 魔皇이강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날건달 시인, 형님
우수창작시에 뽑힌 모든 시를 읽었습니다
공모전 당선 등단이 남의 일이 아니네요
형님은 충분히 잘 쓰십니다
앞으로 기대하는 마음으로 지켜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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