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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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 이주원
늦가을 마을을 바라보니
참으로 을씨년스럽다
씨름판엔 흙바람만 엎치락뒤치락
떡판엔 먼지반죽 그득하다
앙상한 떡갈나무 아래
바스락거리는 가랑잎 사이로
열매 찾아 헤매는 다람쥐들
빈 밤송이에 찔려 울고 있는데
쥐 죽은 듯 무심한 하늘
오가는 이 없는 디딤돌
도리깨 소리는 흉년이 삼켰나
낫날은 녹이 슬어 무디다
참새도 깨작깨작 먹는 시늉만
돌밭에서 도망쳐 날아간다
어린 부리 다홍빛 보챔에
자나 깨나 새끼 걱정뿐이지만
저 혼자 먹기도 빠듯하다던
홍시처럼 일그러진 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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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허영숙님의 댓글

늦가을의 풍경이 이 시 한 편에 다 들어있는 것 같습니다
읽는 이로 하여금 온통 가을의 서정에 든 듯 느끼게 하네요
다양한 시의 세계를 보여주시니 읽는 사람들도 즐거울 것입니다